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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키 Oct 21. 2024

복자씨의 별사탕

소꿉놀이_은수와 은석의 이야기 9

싱그럽고 따사로운 햇살아래 은수와 은석이 아침을 준비한다.

은수와 은석은 소꿉놀이로 쓸 세간살이를 용도에 맞게 자리를 놓아준다.

소꿉이래야 칠성사이다 병뚜껑 몇 개와 사금파리, 넓적한 돌멩이 같은 게 전부지만 소꿉에 담겨 맛있는 밥과 찬이 되어줄 재료들은 지천으로 널렸다.

은수와 은석은 그네들의 완벽한 밥과 찬이 되어줄 재료를 찾아 나선다.

반짝이는 굵은 모래는 밥이 되어줄 것이다.

붉은 황토는 떡이 될 것이었다.

은수는 크고 작은 이파리들과 하얗고 노랗고 빨간 꽃잎들을 따서 은석의 두 손에 놓아준다.

은석은 한 잎이라도 떨어뜨릴까 조바심이 나지만 그럴수록 알록달록 고운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조심조심 걷는다.

은수는 은석을 보며 웃는다. 은석이 잎들을 떨궈 다치게 하지 않을까..  엉거주춤 걷는 모습이 뒤뚱뒤뚱 오리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은수가 둥글게 펴서 나란히 붙인 은석의 두 손을 잡아 공처럼 둥글게 모아 준다.

은석이 은수를 보며 마주 웃는다.


은석이 주워온 황토를 큼지막하고 평평한 돌 위에 올려 작은 돌멩이로 곱게 빻고 있다.

작두펌프가 설치되면서부터 펌프 앞에 자리하기 시작해 한 번도 그 자리를 벗어난 적이 없는 벽돌색 고무다라에 담긴 물 위로 빛바랜 플라스틱 바가지가 한가롭다.

은수가 물 한 바가지를 떠 와 곱게 간 황토가루에 조금씩 조금씩 부어준다.

자칫 하얀 밥 위로 숟가락을 넘겨 후드득 떨어지고 마는 간장처럼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파리들은 바닥에 깔리거나 잘게 잘리기도 하고 때로는 곱게 다져져 커다란 그릇이 되기도 하고 염료나 양념이 되기도 한다.

꽃들은 사금파리에 담겨 맛있는 음식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향기로운 음식을 은수와 은석은 그 시절 내내 "냠냠냠" 함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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