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이 있다.
엄마, 아빠, 맘마라는 단어를 넘어,
문장을 구사하게 되면서 아이가 한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 지을 때가 많았다.
재치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고,
순수함, 반짝임,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
너무 독특하고 톡톡한 표현이라,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아이와의 에피소드를 네 컷 만화로 그리면 딱인데,
웹툰 클래스도 수강하면서 웹툰 작가가 되어야지 했지만, 웹툰 작가가 되는 길은 요원했다.
스토리 보드는 있는데 그림을 못 그려 슬픈 인간, 나.
그렇게 아이는 커갔고,
아이가 점점 사람의 말을 하게 되면서, 메모장에 아이의 말을 옮겨 적는 일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사실 나의 꿈은 이러했다.
- 내 이야기로 네이버 육아 웹툰 작가 데뷔 후,
- 아이와의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네 컷으로 만들어 드리기!
엄마의 잔소리 레퍼토리는 집집마다 비슷할지언정
아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 세상 only one이다.
요즘은 유튜브에 아이와의 대화를 녹음한 채널도 많고, 좋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메모장의 기록들을 글로라도 남겨보려고 한다.
지금은 육아휴직 중이라, 회사에 치여 살던 시절로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에게는 자기만의 상상 속의 회사가 있다.
엄마 : 수아야, 요즘 수아 회사 이야기 안 했었는데 계속 가고 있어?
수아 : 응, 오랜만에 내가 회사 얘기해 줄까?
엄마 : 해줘 해줘 ~ (ㅋㅋ)
수아 : 내가 다니는 회사에는 신기한 게 많아 ~
엄마 : 무슨 회사 다니는데?
수아 : 난 파란 회사
ㅋㅋ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답, 전자 회사, 자동차 회사도 아닌 파란 회사는 구름 위에 있는 상상 속의 회사?
내가 다니는 회사는 무슨 색이었을까.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노란색? 우중충한 회색?
회사에 대한 조언도 거리낌이 없다. 회사 다녀 본 것 같아, 진짜.
엄마 : 수아야, 회사에서 자꾸 거짓말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
수아 : 일을 하지 말라 그래, 그다음엔 집에 가라 그래. (오.. 한 번도 못 해 본 말..)
엄마 : 수아야, 엄마 회사가 좀 힘들어, 어떡해?
수아 : 엄마 집에 오면 돼, 수아가 회사 가볼게.
수아 : 누가 엄마 힘들게 하면 수아가 가서 하지 말라고 할게.
고마워 ~ 너의 작음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진 너의 말.
(코로나 시기 - 한동안 재택 하다가 다시 사무실 출근 시작)
수아 : 엄마, 왜 재택 안 해?
나 : 못 믿는데 (집에서 일하는지, 안 하는지)
수아 : 그래? 그럼 컴퓨터 안 한 적 한 번도 없어요, 라고 얘기해 (ㅋㅋ 나도 말하고 싶지 ㅠ ㅠ)
수아 : 아빠는 왜 맨날 맨날 회사 갈까? (교대 근무라 딱히 주말 없이 계속 출근하는 회사)
엄마 : 돈 많이 벌어서 수아 어린이집 보내고, 장난감 사 줘야지
수아 : 수아 장난감 없어도 되는데, 수아 장난감 되게 많아 ~ (사실이긴 했음)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도, 퇴근 후 밤에도, 주말에도 집에서 일하던 엄마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장난감을 그렇게 사다 바쳤더랬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관심과 사랑이었을 텐데, 일이 최우선이었던 시간들.
그러지 않았어도 충분히 괜찮았던 것을 아이가 크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없다고 안 돌아갈 회사가 아닌데, 왜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쏟았을까. 그 사이 우리 아이는 열 살.
지금이라도, 너와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서 선물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