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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tattoola Sep 13. 2024

하지만 배울 곳이 없다.

내 가능성을 좀 봐달라고요.

    안 가르쳐준다. 도무지 배울 곳이 없다. 내 계획은 이게 아닌데. 난 빨리 배워서 돈 벌고 잘 나가는 타투이스트가 되어야 하는데. 처음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타투이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후 지난 며칠간 열심히 알아본 바에 따르면, 미국의 타투샵은 전통적으로 도제 시스템을 통해 한 타투이스트의 제자가 되어 수습 기간을 거치며 기술을 배우는 방식이다. 이 과정은 보통 최소 2~3년이 소요되고, 매우 심도 깊은 훈련을 거쳐야 비로소 온전한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다. 한 스승을 통해 마음가짐과 태도, 기술을 전수받는 것이라고 할까? 직접 제자를 관리함으로써 무분별하고 실력 없는 타투이스트가 양성되는 것을 막고 노하우를 계승하는 그런 유서 깊은 전통, 그리고 그 전통을 지켜온 타투이스트들의 자부심. 그 모든 것이 미국의 타투 문화였다. 예상하지 못했던 지극히 현실적인 난제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누군가의 밑에서 돈을 받지 않고 몇 년 동안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기술을 전수받는 도제 과정은 타투이스트가 되기 전까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낮밤을 가리지 않고 학원 선생님, 과외, 서버, 바텐더, 사진작가 등 시간을 쪼개 여러 알바를 해야 하는 나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만큼 미국에서의 생활비는 엄청나니까. 그런 비싼 생활비 외에도 틀어막아야 할 돈이 한두 군데가 아닌 복잡한 상황 속의 나는 더 이상 아무 걱정 없이 공부와 연습에만 전념할 수 있는 대학생이 아니었다. 어른이 되어야 했다. 열정은 있었지만, 시간은 부족했다. 그런 내 복잡한 상황은 이미 치열하게 타투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타투이스트들에게는 아마 구차한 변명처럼 들렸을 것이다.


"타투 배우고 싶다면서 Apprenticeship (*도제과정)은 못한다니, 도대체 뭘 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네요."

"진짜로 타투를 배우고 싶으면 미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가서 배우세요."

"네가 타투 배우는 게 우습나 본데, 여자 혼자 아무 생각 없이 덤빌 정도로 만만한 곳이 아니야."


    그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지. 눈앞이 캄캄하고 아무것도 없던 그 당시의 내가 무척 초라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의 설명과 사정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구구절절 설명을 한다 한들, 이건 내 사정이니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열댓 번의 냉정한 거절 끝에, 반쯤 오기로 결국 독학을 결심했다. (사실 선택권이 없었으니까.) 열댓 번 물어봐서 냉정하게 거절당했으니 이젠 오십 번씩 물어보리라. 그럼 한두 명은 답해주겠지. 난 이미 길을 정했고 물러설 곳이 없었다. 여러 작업자들에게 당돌하게 연락해 방법을 물어보고, 유튜브를 찾아보고, 컨벤션에도 참석해 보며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든 것처럼 문신이라는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역경은 내 자신감을 비웃기라도 하듯, 넘어야 할 산들이 되어 끊임없이 나타났다.


    어떤 머신을 사야 할지, 어떤 세기로 작업해야 할지, 바늘은 무엇을 써야 하는지, 얼마나 깊이 찔러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손끝으로 느끼는 기술을 대체 어떻게 글로 배우냔 말이야. 마음이 급해 거의 구걸하다시피 얻어낸 정보는 너무나도 소중했고, 왜 타투 기술이 도제 시스템으로 전해져 왔는지를 나중에야 몸소 깨달았다. 길잡이 역할을 해줄 멘토가 없으면, 수많은 실수 속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데 나처럼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타투 업계에서의 그런 무지는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다. 내 불쌍한 친구 조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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