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를 남긴 첫 타투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평생 몸에 남아 지워지지 않을 타투를 일단 해봐야 실력이 는다며 나에게 설득당해 잡혀온 불쌍한 내 친구 조쉬. 그가 아무 말 없이 복잡한 표정으로 (타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참담했다.) 거울 앞에 서서 내 첫 작품을 물끄러미 쳐다봤을 때, 오금이 저리던 그 순간을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첫 타투였는데, 하필이면 옆구리였다. (*옆구리는 피부가 늘어나기 때문에 초보자가 타투하기에 비교적 까다롭다.) 그것도 대체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엄청나게 큰 작업을 시도한 것이다... 나는 말렸지만 미술학교 동창인 조쉬는 본인이 봐왔던 내 작품을 생각하며 괜찮다고 쓸데없이 내 자신감을 북돋아줬다. 그도 몰랐을 것이다. 움직이지 않고 숨 쉬지 않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살아있는 사람에게 문신을 새기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것을. 물론 나도 몰랐다. 나는 무식해서 용감했고, 용감해서 시도했다.
자신만만하게 첫 라인을 긋고,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그린솝으로 신나게 닦았다. 무려 그린솝으로! (*타투는 밑그림 역할을 하는 스텐실을 붙이고 그 위에 바늘로 작업한 뒤, 스텐실과 잉크를 닦을 때 그린솝을 쓴다. 스텐실이 없어지면 밑그림이 지워지는 것과 같다.) 당연히 내가 그대로 베껴 그려야 할 스텐실은 마법처럼 감쪽같이 사라졌고, 내 눈에 보이는 건 지렁이같이 들쭉날쭉한 못생긴 선 하나뿐이었다. 바로 그때부터였다.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확신이 내 머리 한편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내가 지금 타투를 하면 안 될 실력이구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나를 믿고 평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누워있는 내 친구의 머리를 내려쳐 기절시키고, 이 인생 역대급 실수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들었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던 내 손에서는 어느새 진득한 땀이 배어 나오고, 차마 친구에게 티를 낼 수 없는 고요한 패닉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얘는 앞으로 이런 엉망진창인 타투를 몸에 새기고 평생 살아야 하는데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차갑게 얼굴의 피가 식어감과 동시에 엄청난 고독감이 밀려들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나와 내 친구는 함께 있지만, 나는 내가 벌려놓은 최악의 상황을 지금 당장 조쉬 몰래 수습해야 한다는 게. 친구에게 너무 미안하고 감당 못할 일을 벌여서 어찌나 무섭던지. 지금 그 순간을 생각해도 오싹하다. 불쌍한 내 친구는 그날 내가 느꼈던 절망감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 십 분의 일이라도 알아챘더라면 그 아이는 당장 벌떡 일어나 저 문 밖으로 도망쳐야 마땅했다. 물론 나 또한 거울 앞에 서서 친한 친구가 망쳐놓은 본인의 옆구리를 바라보던 조쉬의 비통한 심정도 알 수 없겠지...
도대체 뭘 어떻게 끝낸 건지, 억겁의 시간 같던 그날의 과정은 정말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색한 작별 인사가 끝난 후 (조쉬는 이빨을 꽉 깨물며 언젠간 고쳐달라고 말했다.) 핏기가 가신 새파란 얼굴로 굳어서 며칠 동안 남의 몸을 망쳐놨다는 죄책감에 엄청나게 우울해했던 것만 기억난다. 가여운 내 친구 조쉬는 그렇게 나의 첫 희생양, 인간 기니피그가 되었고, 그날 이후로 나는 2년 뒤 그 엉망진창인 타투를 고쳐주기 전까지는 용기가 없어 그에게 연락조차 할 수 없었다. 남의 귀중한 몸에 손을 대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절실히 깨닫는 뼈아픈 경험이었고, 한편으로는 아직까지도 작업할 때 스텐실이 지워질까 전전긍긍하는 강박이 그날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