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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월간 문익환전>이 열리다

통일의집 곳곳을 장식한 ‘월간 문익환’ ― 에바

by 콘텐츠플러스

『월간 문익환』이 매월 한 호씩 쌓아가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무렵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출판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업명은 ‘민주화운동 기념계승 협력사업’. 음.... ‘계승’이라....


『월간 문익환』 발간을 통해 민주화운동 주요 인사인 늦봄을 알리는 것이니까 ‘계승’은 해결. 그렇다면 요즘 지원 사업의 주요 평가 기준인 ‘시민 참여’를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직원회의에서 전시를 열자고 했다.(집필진은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기 때문에 운영과 홍보는 사무국에서 맡는다.) 발간물을 주제로 한 전시래봤자 표지 디자인 전시라는 일차원적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번뜩 ‘아, 사료 기반 콘텐츠였지! 수장고에 쌓인 게 사료인데 보여줄 거리는 차고 넘치잖아.’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월간 문익환』을 ‘읽고’, 관련 사료를 전시장에서 직접 ‘보고’, 온라인 아카이브에 들어가서 아카이브 숲을 ‘누빌 수 있는’ 입체적인 아카이브 체험 전시 <월간 문익환전>이 이렇게 기획되었다.


통일의집 박물관은 문 목사 가족이 거주한 20평대 주택을 복원하여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모든 주제(부캐)를 다루기에는 공간이 충분치 않았다. 문익환 목사에 대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3월호 ‘시인’과, 9월호 ‘학자’를 엄선했다. 시인 코너에는 시 원고, 시집 출간 기사, 시집 초판, 천상병 시인의 축하 엽서, 민족시인 활동사진 등을 전시했다. 학자 코너에는 신학교 시절 성적표와 감옥에서 독학한 한글 풀어쓰기, 바둑, 민중 의학과 요가 등에 관한 공부 기록과 사진을 두었다. 사료 옆에는 『월간 문익환』 기사를 온라인으로 읽을 수 있는 QR코드도 배치했다. 마당에는 발행호 표지를 크게 인쇄해서 세웠다.


개막식은 11월 7일 월요일에 열렸다. 30여 명이 거실을 꽉 채우고 백총이 만든 『월간 문익환』 제작 활동 영상을 감상했다. 상영 후 백총의 소감이 이어졌는데 녹화한 기록이 있어 옮겨 적어 본다.


“우리가 대가를 바라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좋아서, 즐겁게 하는 거거든요. 작업하면서 점점 더 문 목사님에 대한 존경심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작년 9월에 처음 봉사하러 왔을 때 1년 뒤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지금 『월간 문익환』전 개막식에 있지 않습니까? 내년 11월에 저희가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문 목사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부되어서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2022년 11월 7일 <월간 문익환전> 개막식에서 백총 소감 중


머리 싸매면서 쓴 인쇄물이 보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전시되고 관 람객들에게 닿음을 보는 경험은 콘텐츠플러스 팀에게 적잖은 성취감을 주었다. 독자를 직접 만나 많은 격려도 받았다. 1년 프로젝트 마무리까지 갈 수 있는 동력으로는 충분했다. 다만 일이 좀 커져버려서 발을 빼기가 점점 애매해지는 상황에 대한 불안의 씨앗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기록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월간 문익환』의 시작은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월간 문익환』은 아카이브 숲에서 만난 손 때 묻은 기록들을 숨 쉬게 하고 싶었다. 늦봄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 해 매월 『월간 문익환』을 만들기로 했다.

『월간 문익환』은 아카이브 기반 콘텐츠 제작단 콘텐츠플러스와 늦봄 문익환 아카이브가 1년 기획으로 시작한 첫 파일럿 프로젝트다. 늦봄 아카이브는 자료제공과 제작 지원, 콘텐츠플러스는 기획, 제작을 전담한다. 지금도 매주 화요일이면 한신대학원 장공도서관 2층 수장 고에서 묵묵히 사료정리 봉사도 함께하며 늦봄을 기억하는 그들이 있다. 산파역을 맡아준 홍성보 님, 늘 연구에 진심인 조만석 님, 조판을 담당하는 백문기 님, 궂은일 마다않는 오남경 님, 늦봄 최고 전문가 오명진 님, 디테일에 정통한 박선정 님. 2022년 오늘날에도 늦봄을 숨 쉬게 하는 『월간 문익환』의 아름다운 별들입니다.

― 『월간 문익환』 활동 영상 중에서


20240626114934769.jpg ◇ 2022년 11월 7일 통일의집에서 열린 <월간 문익환전>. 참석자들이 함께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글쓴이_에바
중심보다 주변에 눈이 가 밖으로 도는 아키비스트(기록관리자). 『월간 문익환』에서 <이웃 아카이브 탐방>과 <수장고 통신> 등을 썼다. 고치고 깨끗하게 하는 걸 좋아해서 문화재 보존 공부를 시작했다.



● 아카이브에서 <월간 문익환전> 전시 기록 보기

https://archivecenter.net/tongilhouse/archive/ArchiveSrch.do?srch_total=&pageIndex=1&i_clssfrm=&i_clssprov=&i_clsssub=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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