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토리에서 번아웃 극복을 위해 새로운 교육들을 받았던 이야기를 했었다. 오늘은 그 교육장에서 만난 인연의 덕분으로 한국에 돌아온 지 2년 만에 본업으로 복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교육장에서의 인연
면접 평가위원 기초과정을 수료한 6개월 후에 심화과정 교육을 듣게 되었다. 아직 대인기피증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였기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간단히 인사만 나눈 채 앉아 있었다. 사람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지만 지금 되짚어 보아도 그 당시 같은 그룹에 몇 명이 있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 명,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제대군인 취업컨설팅과 대학생 취업 교육을 한다는 나와 같은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으며, 학습에 대한 열의도 대단했던 걸로 기억한다. 면접 평가 위원으로 현재도 활동하고 있지만 새로운 정보들을 얻기 위해 교육을 신청했다는 것만으로도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짧은 대화였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면서 긍정적적인 에너지가 뿜어내서 참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더 깊이 대화할 시간도 여유도 되지 않아서 그렇게 교육을 끝으로 헤어졌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카톡 메시지가 왔다. 교육 시간에 서로 명함을 나눴기에 연락처를 알고 요즘식으로 카톡을 보낸 것이다.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오늘 면접평가위원 수업 같이 들었던 ㅇㅇㅇ 컨설턴트입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 뵙게 되면 인사드리겠습니다^^”.
정중하면서도 깊은 마음이 느껴지는 멘트에 나의 마음도 열리게 되어 고마운 마음으로 답을 보냈다.
“오늘 좋은 기회로 만나 뵙게 돼서 아주 좋았어요~^^
계속 배우고 업그레이드해 가시는 모습에 저도 좋은 영향을 받았는데, HR분야 전문가로서 활동하시니 좋은 인연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함께해서 교육시간 더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봬요^^”.
문자에서도 느껴지듯이 먼저 문자를 보내줘서 고마운 마음과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서 보냈다. 그리고 받은 답장은
“저도 협업할 프로젝트 기회가 생긴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그리고 나도 마지막 답장을 보내고 끝났다.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묘한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누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면 아는 사람이 되는. 주로 내가 그런 사람이었지만 이번에는 내민 손을 잡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두 달 뒤 다시 카톡이 왔다.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교육 이후 잘 지내셨나요?
ㅇㅇ에서 서류평가위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혹시 조건 및 일정 가능하세요?”
때마침 휴대폰을 보고 있던 차에 놀라서 카톡을 읽고서 바로 답장을 하지 못했다. “아니 왜?, 하루 교육에서 만난 이에게 이렇게 업무 연계를 해주는 것일까? 내가 뭐라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몇 분이 지났고 나를 신경 써준 것이 고마워 답장을 보냈다.
“ㅇㅇㅇ선생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좋은 기회로 연락을 주셔서 저야 감사하죠.”
일단 답변은 해버렸으니 이제 번아웃이고 뭐고 핑계를 댈 수도 없다. 하겠다고 했으면 지켜야 하는 것이 나의 약속 신념이니까. 그렇게 기대하지 않던 계기로 나는 생각보다 일찍 일터로 다시 나오게 되었다. 2년 만에.
일단 한다고 했으면 하는 거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일이 시작되기 전까지 불안하기도 했지만 평정심을 찾으려고 계속 되뇌었다. "이전에 보았던 수 만 건의 이력서 자기소개서들이 허투루 지나가지는 않았을 거야. 다 내 안에 녹아 있어. 나를 믿자. 한 번 해보는 거다."
5일간 진행되는 공기업 서류평가 업무는 번아웃 이전으로 돌아간 듯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것보다 너무 평범한 나의 모습이 되살아 나서 일을 신나게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분명 일에 질려서 번아웃이 왔다고 했는데 왜 일이 다시 재미있는 것인가.
바로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분명 내 안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