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 전문의인 이영문 교수가 지인인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인용하여 쓴 정신의학 인문 도서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의 내용 중에는 '외로움이 1년 이상 지속되면 정신질환으로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라는 문장이 있다.
나는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가지며 가만히 나의 외로움에 대해서 돌아보았다.
중학교 때까지의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했고, 차라리 혼자 있거나 한 명의 친구와 단짝으로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 10대 후반부터 20대 때까지는 사람들 무리에 섞여 지내며 단체, 함께하는 재미와 그 힘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사람의 수보다 마음을 나누는 단 한 명이 중요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퇴근 후에는 나와 함께 해줄 단 한 사람을 찾기 바빴고, 일과 후에 모여 하하 호호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해대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았다. 그 대상은 대학교 친구, 절친한 동료, 모임의 선후배 등 평생 함께해도 좋을 단 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인 것보다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어릴 때도 그때도 지금도 혼자일 때를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저 같이 있을 때 재미있게 보내는 그 시간을 즐겼을 뿐,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는다고 해서 외롭다는 감정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외로움이라는 감각을 배우지 못했던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회고가 담긴 시를 쓰게 되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파편'을 올려본다.
외로움을 유독 많이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서 지내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 후자에 속한다.
혼자서 국내외 여행을 다니고,
혼자 식당에 가서 밥 먹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고,
커플보다 싱글일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외로워서 어떻게 몇 년씩 혼자서 지내느냐 물으면
외롭다고 느낀 적이 손에 꼽힐 정도로 없어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곤 했다.
오히려 내겐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더 어색할지도.
외로움을 덜 느낀다고 해서 그들보다
정신이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감정에는 외로움 이외에도
다양한 너울이 일기 때문에 누구라도 언제든
감정의 풍파를 겪을 수 있다.
외로움은 그 감정의 파편일 뿐.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