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ealthy 웰씨킴 Oct 22. 2024

번아웃 극복 과정 - 1년 전 이맘때, 나는




1년 전 이맘때 나는 조금씩 번아웃의 덫을 풀어내고 있었다.


다시 한번 살아보자, 잘 살아보자 다짐하며 홀로 10일간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 여행에 대한 즐거움마저 위로가 되지 않았던 지난했던 번아웃을 넘기고 보니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였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맑고 깨끗해진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랜만에 날아오른 김포공항의 하늘 그리고 제주도의 상공, 목화솜 같은 구름카펫이 광활하게 펼쳐져 하늘과 맞닿은 모습이 아름다워 그 감동을 사진에 담았.

살아내기로 결심하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순간을 마주하고 나서야 '부정적 감정도 영원하지 않으니 일단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번아웃으로 두문불출하며 집 밖을 나갈 생각도, 햇살의 따스함도 느낄 여유 없었던 불과 몇 개월 전만 비교해 보더라도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빛을 보는 시간이 있다는 말이 충분히 증명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살아내야 한다. 살다 보면 그 순간이 전부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던 곳, 제주도를 다시 찾아올 수 있게 정신을 다잡아준 나에게 그리고 자연에게, 우주의 모든 것들에게 감사함을 보냈다. 이곳이라면 묵은 생각들을 털어 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정화할 수 있을 것 같서 이 시간이 온 것에 고맙고 또 감사했다.

그리고 부푼 마음으로 제주도 땅을 밟으며 숙소 근처 분식집에서 첫 번아웃 인생 글을 썼다.




김밥 두 줄의 깨달음.


'사람은 저마다 그릇이 다르다'는 말이 있다.

평소 김밥 한 줄이면 배가 르지오랜만에 온 제주에서 맛있는 김밥을 먹게 됐다는 반가움에 처음으로 두 줄을 먹기로 했다. 먹을수록 입맛에 잘 맞으니 멈출 새 없이 능동적으로 김밥이 계속 들어갔고, 한 줄 반을 다 먹어갈 즈음 위의 공간이 거의 찬 것이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언제 또 찾게 될지 모를 맛있는 김밥을 마저 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타이밍적으로도 잘 맞아야 한다. 그날의 상황과 생각, 맛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최고의 보상이 따르니 나중을 기약한다는 것은 불확실한 기다림일 수 있으므로 그 순간에 집중하려 한 것이다.


러나 과욕 끝에 예견된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에 저녁 내 꺽꺽 대며 속이 불편함을 느껴야만 했다. 먹을 때는 그렇게 맛있던 김밥이 소화되지 못하고 부대끼 거북함과 더불어 통증까지 동반했다. 

이리도 속이 불편할 줄 몰랐던 것일까...


사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은 이미 지하고 있었다. 다만 눈앞에 보이는 목표와 욕심 때문에 멈추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깨닫게 되었다.

아마 번아웃도 그 이유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한계를 과신하고, 내부 변화를 무시한 채로 보낸 욕망의 부메랑이 나에게로 돌아와 비수를 꽂았으리라.


일과 목표에 대한 열정 긍정적 보상이 따르기도 하지만 때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신의 한계치가 어디까지인지 간과한 채 무지갯빛 내일만 기대하며 앞만 보고 내달리다 보면 감당하지 못하고 제풀에 지치고 만다. 마치 담지도 못할 양의 김밥을 욕심내어 체증을 앓게 했던 그 모습처럼 말이다. 


 일을 계기로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이제부터 나를 과신하겠다고 말이다.

무식하게 경주마처럼 달리는 것이 아니라, 거북이처럼 우직하게 나의 속도로 나아가며 주변도 보며 위태로운 상황이 오기 전에 먼저  알아차리사람이 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인생 그릇을 깨트리지 않으면서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렇게 나의 번아웃 이후 여행 시작되었다.


다음 화에 계속.

이전 18화 번아웃 자작시 #4.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파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