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싶고, 더 이상 여행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번아웃으로 인한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데 수년이 걸렸고 이제야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예전에 자주 가던 장소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분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제주도행 비행기 예약을 하고 렌터카를 10일간 빌린 뒤 다음 날 떠났다. 매일 광활한 바닷가를 드라이브를 하고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며 익숙하지만 새로운 기분을 느꼈다.
번아웃으로 고립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생과 철학에 대해서 그리고 풍요로운 삶과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10분 철학 수업>중에서 피타고라스가 말한 자유로운 사람에 대한 문장을 떠올려 본다.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이는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피타고라스
나는 자유를 꿈꾸면서 제어를 잘하며 살았는가?
아니다.
그랬다면 벌써 자유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다.
자유를 갈망했지만 컨트롤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건강을 해칠 줄 알면서도 술을 많이 마시며 밤늦게까지 모임을 가졌었고, 그러면서도 꿈을 위해 달린다며 수면 시간을 줄여 교육과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나를 자유롭게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진정 내가 자유롭기를 바랐다면 몸에 해로운 것, 시간 관리에 도움이 안 되는 불필요한 모임에 하나하나 참석하며 나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번아웃을 계기로 그러한 생활을 하지 않은지 4년 여가 지나고 보니 참으로 부질없는 생각과 행동들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속에 있을 때는 느끼기 어렵지만 밖으로 나와서 보면 참 한심한 모습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닫게 된것이다.
나는 오랜 기간의 고립과 고뇌의 시간을 지나와 지금은 나로서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은 자유로운 사람이 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완전히 나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부정적인 요소들은 제거한 상태이니 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남았으니 그 사이에 만나게 될 장애물들을 잘 컨트롤하며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