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유학 중에 처음으로 미라클모닝을 시도했었다. 새벽 기상이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새벽 4시에도 일어나 보고, 너무 일러 몸이 더 피곤해지다 보니 6시로 변경해서 한동안 실천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불규칙한 하루 일과에 취침 시간이 늦어지면서 기상 시간도 덩달아 늦어지면서 바이오리듬마저 깨져버린 것 같았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첫 번째 미라클 모닝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그 후제자리로 돌아온 평범한 기상 시간이 더없이 행복했고 안정감을 주어 미라클모닝은 후련하게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해내지 못한 숙제처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꼼수처럼 찜찜하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이 적기가 아닐까? 번아웃 극복을 위해 시도해 본다면 그 간절함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24년 1월부터 시작한 미라클모닝은 새벽 기상과 더불어 명상 시각화와 하루 스케줄을 5시부터 밤 10시까지 다 계획해 두고 실천하게 되었다.
미라클모닝 100일의 기적은 없었다.
그러나 100일간 성장이 있었다.
시작 후 한 달간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방법적인 면에서 고민했었지만, 100일이 되고 보니 방법보다는
아침 기상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꾸준히 반복하는 의지와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한 달은 좀 짧았고, 100일이라는 기간은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다는 설화에도 나오는 인내의 시간이니 극적인 결과를 기대하기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100일의 동안 새벽 5시 기상을 하며 충실히 미라클모닝을 실천했지만, 이름처럼 기적적인 결과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네 가지의 작은 변화들은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 체중 감량 다이어트 효과였다. 저녁 식사 시간을 8시 전으로 하며 야식을 안 먹다 보니 체중이 3킬로 줄어들어 자연스레 다이어트 효과가 생겼다. 두 번째는 금주였다. 일과표에 맞게 움직이며 침대에 눕는 시간을 10시로 지키려 노력하다 보니 취침에 방해되는 술을 멀리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매일 기상과 함께 새로이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긍정 확언과 꿈꾸는 삶을 시각화하며 삶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축적되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시간관리다. 위의 실천들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에게 도움이 될 것과 안 될 것들을 구분하며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는 것들로 채우게 되었다. 순간의 즐거움을 위한 드라마, 영화, 예능 시청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독서 시간이 늘었다. 그렇게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것들로 100일을 보내며 두 번째 미라클모닝 도전은 나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라클모닝을 하는 동안 긍정적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면의 질에 있어서는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깊은 잠을 자는 편은 아니기에 알람이 울리자마자 잠에서 깨어 기상 시간을 지키는 것은 괜찮았지만 취침 시간을 10시에 맞추는 것이 어려워서 11시, 새벽 2시, 3시까지 잠을 못 자고 새벽 기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미라클모닝 실천 100일 동안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3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긴장이 더해져서수면 시간에 대한 압박으로 돌아왔고, 잠을 못 자니피로가 누적되어 코피를 흘리거나 어지럼증, 뒤통수가 찌릿한 느낌이 드는 날이 잦아졌다.
그러다 종합검진을 받아보니 면역력이 저하되어 염증반응 수치도 높고, 이곳저곳 관리할 부분들이 있는데 우선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무기력했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인데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니 100일간의 노력과 의지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미라클모닝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목표 달성 후 누리는 행복한 미래에는 '건강하게'라는 전제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라클모닝 100일을 마치며
목표했던 100일의 새벽 기상을 마치고 12시간 이상 긴 수면을 취했다. 매일 새벽일어나자마자 기록을 위해 핸드폰을 켜고 기상 시간을 캡처한 뒤 포스팅을 했던 것을 이제는 그만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압박감이 사라지니 잠이 쏟아졌던 것 같다. 그리고 100일의 시간이 습관을 만들고 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으로 충분했다. 이제는 보여주기 위한, 확인하기 위한 실천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패턴을 찾아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미라클모닝 100일의 기적은 없었다.
행복한 미래는 행복한 현재의 누적이므로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않는 것이 기적을 만드는 과정일 것이다.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변화가 필요하다면 미라클모닝을 실천해 보는 것도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상 시간은 상관없다.
미라클나이트가 되어도 괜찮다.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내 안에 긍정 에너지를 반복적으로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