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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althy 웰씨킴 Oct 30. 2024

번아웃 자아성찰 - 자존감과 존재감에 대하여



이영문 정신의학 전문의가 쓴 <시가 내 마음에 들어오면>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 존재감도 있다. 자존감은 메이저가 된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이너의 삶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아는 말이지만 끌릴 때가 있다.

뭐든 끌린다는 것은 내 안에서 필요로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 존재감도 있다.'


나는 존재감이 있어 보이고 싶어서

자존감이 있었던 척을 하고 산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타인이 보기에는 자존감이 넘쳐 보이는 삶,

내가 보기에는 한없이 약해 보이는 삶.


다른 사람의 삶을 과대해석하고

본인의 삶을 축소해석한 결과는 아닐지,


그 어떤 측면에서 보더라도 자존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데 어디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자존감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이 닿는 곳에서만 찾을 수 있다.





번아웃은 내게 마음의 눈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사실 번아웃이 있기 전까지는 자존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생각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설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니 당연히 자존감이 높다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큰 기대와 큰 야망 뒤에는 큰 실망과 큰 낙오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항상 곁에 있는 줄만 알았던 자존감이 상실된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분명 옆에서 있었는데... 어디로 간 것일까.


그것은 단기간에 나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았다. 자존감의 실체를 본 적이 없으니 나락으로 떨어져 미천한 모습으로 마음 한 구석에 박혀있더라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와서 내가 너의 동반자였으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달라 애원해도 메아리조차 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삶에 대한 이유와 나의 가치에 대해서 묻고 또 물었다. 한 달, 6개월, 1년 그리고 더 지난 어느 날 즈음부터 내 안에서 물음에 대한 답이 돌아왔고, 조금씩 정신을 차리게 되면서 나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사람이며 이 세상에 나온 이상 그 어떤 것이라도 몫을 다하고 가야겠다는 마음에 도달하게 되었다.


산을 매일 다니며 육체의 힘을 기르고,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정신의 힘을 기르니 미약하게나마 내 안 깊숙한 곳에서 작은 진동들이 느껴 것이 아니었을까. 없어진 것도 사라진 것도 아닌, 그저 그 자리에 움츠리고 있었을 뿐인 나의 자존감이 그제야 "나 여기 있었다"라고 손을 흔드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고마웠다. 자존감이 곁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줘서.

그리고 미안했다. 나에 대한 과신과 오만함으로 '자존감'이 쓰러지는 줄도 모른 허우대만 요란스럽게 살고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다.


"답은 내 안에 있다."라는 말은 맞았다.

힘들수록 타인에게 기대어 답을 찾으려 할수록 공허함만 남긴다. 자존감과 존재감은 타인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는 것이었다. 스스로 인정할 때 만날 수 있는 것들이므로.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에서는 '진리는 우리들 존재의 가장 깊은 곳, 아무도 넘어다볼 수 없는 곳에서

은밀히 체험된다. (··) 온전한 사람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라고 하셨다. 그 의미를 번아웃이라는 인생 최고의 기회를 통해 깨닫게 되었지만, 아직도 더 많은 시간 나의 존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 시작을 번아웃과 함께 했을 뿐.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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