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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althy 웰씨킴 Oct 31. 2024

번아웃 자아성찰 - 인생은 기회비용과 등가교환


우리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순간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뜻한다.

이 새로운 탄생의 과정이 멎을 때

나태와 노쇠와 질병과 죽음이 찾아온다.

<법정스님 인생응원가> 중에서


새로운 날이 주어졌음에도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고,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영원할 듯이 살아간다. 어제보다 조금은 더 나은 하루를 원한다면 오늘은 나아질만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새롭게 주어져도 새로움을 모른다면 나태와 노쇠의 길에 들어설 테니.


어쩌면 삶이라는 것 자체는 기회비용과 등가교환의 연속이 아닐까?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내놓아야 할 어떤 것이 있고, 그 가치가 상응해야 원만한 거래가 되는.




기회비용과 등가교환의 연속.


번아웃의 끝자락에서 인생을 한 번 더 배우게 되었다.

이제껏 부동산 매매를 해 본 경험이 없었으나 악덕 임대인을 만나 전세 보증금 미반환으로 고충을 겪는 동생을 돕기 위해 몇 달 동안 부동산법과 매매관련 공부를 하게되었다. 몇 년 동안 내가 번아웃으로 많이 힘들어 하던 때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해준 동생에게 보답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과 동생의 행복과 안정을 바라는 마음으로내 일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감정기복이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 매매라는 큰 일을 맡다 보니 예기치 못한 풍파를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지기도 했었고, 그럴수록 더 정신을 붙들어야겠다고 다짐하게되면서 번아웃을 극복하는데 또 한 번의 도움 받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인생의 기회비용과 등가교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사 당일 - 입주 청소를 하며.

세상에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는 날이었다.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5시간 입주 청소를 예약했지만, 청소 업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1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통화가 되었지만 무책임한 말로 지금 가기 어렵다고 했다. 입주 당일 취소를 하면 어떡하냐고 하니 다른 곳에 연락을 해보겠다며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또 30분이 지났다. 다시 연락이 왔을 때는 직원이 주소지를 실수해서 다른 집으로 갔다는 핑계를 대며, 지금 가고 있으니 한 시간 내로 도착한다는 말을 했다.


예약 시간 2시간 30분이 지나 도착한 청소 업체 사람들, 사장은 술에 아직도 취해 있는 듯 짙은 술 냄새를 풍기며 여러가지 핑계를 대기 바빴다. 그리고는 자신이 청소하게 될 입주 청소 디테일 사항을 알려주며 더 요청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물었고, 2시간 반도 남지 않은 동안 가능하겠느냐 물었지만 충분하다며 호언장담을 하며 나를 내보냈다. 그러나 2시간 뒤 도착했을 때 분양사무실로 썼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고 욕실과 창틀 등 디테일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역시나.

30여 분 동안 창틀과 변기라도 깨끗이 청소해 달라고 했지만 청소업체 사장은 뭐 그리 불만이 많냐며 목청 높여 싸우려 했고, 이삿날이니 좋게 얘기하고 넘어가려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못하겠다며 청소 도구들을 엘리베이터로 던져버렸다.


마침 이삿짐이 도착해서 짐 내리는 중이라 하여 언쟁을 피하기 위해 약정대로 향후 AS 신청 연락을 하겠다고 하니 연락하지 말라며 도망가듯이 떠나버렸다. 남아있던 외국인 청소 직원 미안하다며, "싸장님이 청소 제대로 안해쒀. 대충대충 하라해쒀. 그런데 나 돈 받아야 해. 내 돈 어떡해"라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내가 돈을 줄 수 없으니 경찰서에 신고를 하라며 오히려 내가 달래서 보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감당할만한 했었다. 그 이유는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핑계만 대던 태도와 술냄새 풍기며 비몽사몽하는 모습에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였기에 그런 행동들이 놀랍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보증금 반환 - 악의 임대인.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버티던 임대인이 몇 달 만에 새 임차인이 확정되었다며 연락이 왔고, 11시까지 무조건 짐을 빼라고 통보했다. 급히 이삿짐센터 시간을 변경하여 짐을 뺐으나 12시가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 몇 번의 연락 끝에 태연하게 나타나서는 말도 안 되는 중개비를 요구하며, 해당 금액을 차감하고서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정말 조물주 위에 건물자라는 말이 맞는 것일까. 안하무인이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체감 할 수 있었다.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경찰은 상황을 보니 쉽게 돈을 주지 않을 것 같다며 일단 주겠다는 금액이라도 받고 후에 민사소송을 라며 중재를 했고, 매매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시간이 다가 오니 울며 겨자 먹기로 눈뜨고 코베이며 부족한 잔금을 받고 나와 버렸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전세보증금 미반환 소송을 위해 변호사 상담도 받아보고 이리저리 알아봤지만 소송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보증금 반환에 소요되는 간이 평균 6개월 이상이라는 말에 쉽사리 민사소송을 진행하지 못했다. 임대인은 이미 해당 건물에보증금 미반환 세대를 여러 건 경험했었기에 "나는 모르겠으니 법대로 하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임차인의 불안한 심경과 급박한 상황, 그것을 악랄하게 이용하는 아주 약은 사람,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복이라는 생각으로 그 집을 떠났다.



입주 후 하자 보수 - 사람의 마음은 호떡 뒤집듯.

우여곡절 끝에 이사를 끝낸 오후.

매도인은 입주를 마친 후 집 상태를 확인하고 하자가 있는 부분은 한 달 내로 얘기하라고 했었기에 보수할 부분들을 사진 찍어 매도인에게 보내주었다. 그나 처음과는 달라진 태도 보였다. 계약 시 얘기 했던 상부장 이격, 그리고 벽면과 타일 바닥 잉크 자국들이 지워지지 않는 관계로 보수를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계약서 상에 명시하지 않았으니 가장 쉬운 상부장 이격만 대충 못으로 박고서는 오염된 타잉과 벽지 교체는 못해주겠다는 억지를 부렸다. 매도인 측은 금액 할인도 해주고 선입주도 해주었는데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타일과 벽지의 부분 교체 정도는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매수한 집은 분양 후 1년 동안 매매되지 않아 분양 사무실로 사용했던 곳이었기 때문에 이미 반주거공간으로 신축의 의미는 없었고, 미분양 물건을 6월 재산세 납부 전에 넘기려고 서로 협의를 통해 선입주를 한 것이었다. 이제 와서 이런저런 자기 편의식의 이유를 대며 못해주겠다고 우기니 어이가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우기는 것에 장사 없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우기는 것에 장사는 있다. 그러나 바쁘고, 번거롭고, 머리 아프게 싸움을 키워서 그와 같은 사람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장사가 되기를 포기할 뿐이다. 


나름 똑 부러 성격이라고 믿어왔지만, 막상 처음 겪는 일에서는 경험 부족에서 오는 실수가 생다. 그러나 번아웃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이 "작은 것에 너무 연연하며 살지 말자"는 것이었기에 청소는 AS를 안 하는 대신 잔금을 주지 않는 걸로 했고, 전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이 길어질수록 100만 원의 월세를 얼마나 더 지속해야 할지 미지수였기 때문에 몇십만 원을 액땜으로 주고 나오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했고, 매수한 집의 벽지와 타일의 하자 보수 건은 입주 한 달 후부터 부동산 가격이 조금씩 상승하던 차라 인생 경험이다 생각하자며 넘기기로 했다.


예전의 나는 불합리한 상황에서는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쌈닭처럼 살았고 그렇게 할 수록 속이 상하고 다치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같은 상황에서 번아웃 이전의 나였다면 열정 과다, 의욕 과다의 성격으로 작은 것에도 집착하며 스트레스로 앓아 누웠을 것이다. 


좋게 생각하지 않으면 더 힘들기만 한 일들, 마음의 휴식이 필요한 날, 법륜 스님의 글을 되새긴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니까

나이가 들면 원숙해진다고 합니다.

젊을 때는 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는데,

지나 놓고 보면 그것도 참

좋은 일이었거든요."

<인생수업> 중에서.


부동산 매매를 경험한 후로 나는 매일 독서를 하며 부동산 관련 책들도 더 많이 읽게 되었으니, 기회비용과 등가교환의 법칙은 훗날 내가 부동산 거래에 능숙해지게 된다면 이 날의 경험이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 것이다.


누구에게나 어떤 이유로든 힘든 시간은 때때로 오게 된다. 삶의 소소한 것들을 하나씩 레벨업 해가며 어제는 못 했던 것들을 오늘은, 내일은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우리의 인생.

행복은 누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은 것에 연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본인의 마음을 지키킬 수 있는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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