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신분석의사 프로이덴버거H.. Freudenberger가 1974년 처음으로 번아웃 증후군[ burnout syndrome ]이라는 심리학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자신의 일에 몰두하였으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나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정신과 육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이로 인해 무기력과 일에 대한 거부, 자기혐오 둥에 빠지는 증상이라고 했다. 번아웃은 다른 말로 `연소 증후군', 혹은 `탈진 증후군' 등으로도 알려져 있고, 자기 헌신이 강할수록 번아웃 현상에 더 노출된다고 한다. 이는 스트레스에 대항해 신체를 방어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고갈로 인해 무기력과 우울, 삶의 의미 상실까지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아노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번아웃을 노력형 인간에게 주로 발생하는 대상포진과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면역력이 좋거나 항체가 있는 경우 번아웃은 그냥 지나갈 수 있지만, 많이 지쳐 있을수록 면역력은 떨어지고 고강도의 번아웃을 스쳐 보낼 힘조차 남지 않아 그대로 흡수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선택에 의한 것도 아니며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도 아니기에 처음 겪는 사람들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올무처럼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발목을 더 옥죄고 올무의 고통은 더 뼛속 깊이 파고들어 생채기를 남긴다.
번아웃으로 인해 경험할 수 있는 증상들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내가 경험했던 번아웃으로 인한 다양한 증상들은 크게 정신적 증상과 신체적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정신적 증상으로는 무기력감, 무능력감, 만성피로, 우울감, 두려움, 긴장, 걱정, 패배주의, 궁핍감이 극심했고 가장 심각할 즈음에는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다. 두 번째 신체적 증상으로는 불면증, 두통, 위경련, 구역질, 현기증, 신경통, 근육통, 갑작스러운 심장 두근거림이 자주 발생했다. 번아웃이 극에 달했던 2년 동안은 종합검진을 2번 받았지만 위축성위염과 갑상선 수치 및 염증 수치 상승, 스트레스 지수 심각 등의 결과를 받았을 뿐 뇌 CT를 찍어도 큰 이상은 없다는 소견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이상 증세가 오래 지속되면 궤양, 심장병, 위장장애, 면역력 저하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등 다양한 질병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번아웃 치료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누구는 평생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는 한 번 혹은 그 이상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번아웃을 한 번 경험해 본 사람들은 또다시 번아웃이 오게 될까 항상 경계를 하며 살게 된다. 그럼에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번아웃이 불치병은 아니며 대상포진처럼 초기에 발견 시 빨리 회복할 수 있고, 시일이 경과되어 발견하게 되면 치유하는데 시간과 고통이 따를 수 있지만 결국에는 완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력으로 극복하기에는 오랜 시간과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 수 있기에 빠른 회복을 위해 정신의학 상담 및 약물 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경우 심리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하는 것에 거부감이 컸었고, "나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나"라는 생각에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고립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회복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서 나의 암울한 상황을 확인받는 것은 더없이 큰 모멸감과 자괴감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일 테니 말이다.
힘들수록 내 안의 이야기를 털어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힘들수록 대화를 단절하고 내 안에 갇히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나는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나의 문제는 남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기에 타인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하여 내가 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서 다시 세상에 나왔고, 그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전자의 경우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함으로써 기력을 회복하고 긍정적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본인의 회복방식으로 택하면 된다. 인간은 똑같은 사람이 없으며 동일한 증상에도 개인의 성향과 심리적 육체적 조건에 따라 다른 처방이 내려지기도 하니, 타인의 방법이 자신에게 100% 정답일 수 없다는 말이다. 나 역시도 번아웃 극복에 좋다는 방법들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나에게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번아웃 극복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음 편에서는 번아웃 극복을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처음이었기에 무지했고, 괜찮을 거라 방치하며 보낸 5년의 시간,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