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되고 싶은 사람
그래서 더 격렬하게 씨앗이 움트길 갈망하고, 필요보다 더 많은 물을 주면서 꽃이 만개하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속에서는 곪아가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곪은 채 싹을 피워가는 꽃은 언젠가 썩어 문드러지게 되어있다. 그것이 인생에서는 번아웃이라 생각한다.
번아웃을 겪는 몇 년 동안 어린 시절의 나부터 지금의 나까지 되돌아보았고, 나라는 존재는 한 없이 나약하고, 여린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나약함을 대면하지 않고서는 타인의 나약함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을 때의 나는,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는 사람 혹은 힘든 시기를 넘기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서 정신력이 나약해서 그렇다며 마음속으로 힐난했었다. 그때는 나 역시도 언제든 그러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 자만과 오만에 잠식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강한 사람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은 나약하게 태어나서 점차 강해지는 것일까?
나의 삶을 돌아보니 쉽게 으깨지는 순두부에서 딱딱해진 두부로, 그리고 아무도 나에게 함부로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고약한 취두부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에 번아웃을 만난 것이고.
나에게는 그 역경을 이겨낼 만한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고난이 닥쳐올 때면 또다시 순두부 같은 모습을 덮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나는 여전히 인생의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에 있고, 오늘도 진흙밭에서 연꽃이 피어날 날을 기다리며 충실히 살아내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독서를 하며 블로그에 생각을 올리는 과정 동안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것에 놀랐다. 그들의 공감과 댓글을 책에 대한 리뷰에 한정된 것이었을지라도, 나는 단절된 사회와 연결하며 다시 살아볼 이유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번아웃은 홀로 이겨낸 것이 아니라, 실상은 얼굴도 모르는 이들과 함께 이겨낸 것이다.
그래서 글로 풀어내기로 했다.
나의 경험과 생각이 누군가에게 한 순간이라도 힘이 된다면,
서로 에너지를 나누며 응원해 줄 수 있다면,
지구 반대편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도 나비효과가 되어 서로를 지켜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사를 글로 풀어내기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지만, 긴 시간 동안 나를 돌아보고 알아갈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하였기에 그 과정도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후련했던 것은 "나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존재였고 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인생, 대단한 척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삶에 대한 부담도 덜해졌다.
이제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스스로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삶을 살기로 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