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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Oct 09. 2024

5. 고분고분한 아이를 원하는가?

비판적 사고

들이 태권도 승품 심사를 준비하던 때의 이야기다. 나는 태권도 하원 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되도록 아이를 직접 데리러 가는 편을 택했는데 그 이유는 수많은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심하게 꾸중을 듣고 한쪽으로 소외되고 구박받는 아들 친구의 모습을 목격하곤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우리 아이는 그런 취급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직접 가서 지켜보고 있었다.)아들에게 물었다.


아빠 : OO아 그 친구는 왜 혼났어?

아들 : 못해서 혼났어

아빠 : 그럼 그 친구는 너무 부끄럽고 마음이 안 좋지 않을까?

아들 : 그래도 못하니까 혼난 거 같아

아빠 : OO아 세상에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어. 그렇게 많은 친구들 앞에서 무시하고 혼내는 건 잘못된 행동이야. 관장님도 사범님도 틀릴 수 있는데. 그건 사범님이 잘못한 거 같아.


최고 권위자인 사범님의 잘못을 집어내는 나를 아이는 놀라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살다 보면 우리는 아무런 비판 없이 권위에 굴복한다. 그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리라 판단하였을 수도 있고 그 권위가 너무 무서웠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보편적인 굴복의 원인은 "비판적 사고의 부재"라고 생각된다.


박웅현의 "여덟 단어"에서 작가는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지 말고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지 말자.라는 말을 하며 저항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는 그 분야에서나 전문가지 다른 분야에서는 부족할 수 있으나 우리는 한 가지 분야에 전문가라는 이유로 그 사람의 모든 말이 진리인양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태권도 도장에서는 관장님/사범님이 법의 제정자이며 규칙의 수호자로 활약한다. 그러나 이들이 양육 전문가이거나 아동 심리 전문가는 절대로 아니다. 사범님에게서  태권도는 배울 가치가 있으나 아이들의 훈육이나 보상, 심리 등의 면에서는 충분히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여야 한다.




책을 읽다가 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을 만나는 때가 많다. 프란츠 카프카는 소설 "소송"을 통해서 법조계의, 나아가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세상에 대해서 비판하였다. 또한 헤르만 헤세는 종종 선생님, 교육자가 주는 일방적인 지식에 항하는 인물을 그리곤 했다. 이들의 비판적 사고가 세상을 올바르게 보는 눈을 길러주고 아이들의 가치판단에 이들의 정신이 깃들길 바란다.



소풍날이 되면 아들은 선생님이 말한 준비물을 하나하나 읊는다. 만약 날씨가 예상보다 추워서 긴 옷을 챙겨주려 하면  이런 대화가 오가게 된다.


"선생님이 반팔 입고 오라고 했어!"

"그래? 날씨가 추운데..?

"선생님이 준비물로 위에 반팔 밑에 반바지이라고 말했어!"

"그래? 선생님이 더울까 봐 그랬나 보네. 근데 선생님이 오늘 날씨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게 말했을 수 있어. 무조건 따라 하지 말고! OO가 판단해서 결정해 봐"

"좀 추운 거 같아.."

"그래 그럼 뭘 입어야 할까?

"긴팔"

"그래! 선생님도 잘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어. 선생님 말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OO만의 길을 찾는 거야!"


나는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없는 권위들에 굴복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고하여  옳지 않은 것엔 저항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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