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아이의 거짓말은 어디서 오는가?

믿음

by 류형국
가끔씩 아이가 태권도에서 형 오빠와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곤 한다.

아들 : 오늘 태권도에서 카드 가지고 놀고 있는데 형아가 한 장 가져갔어!
아빠 : 응? 네가 원해서 준거야?
아들 : 아니 원해서 준 게 아니야!
아빠 : 아빠를 믿고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아빠가 도와줄게. 근데 네가 수업시간에 가지고 놀아서 그런 거 아니야?
아들 : 아니야..

내 실수였다. 물론 내 말이 이렇게 상처가 될지는 몰랐지만. 급격하게 침울해진 아들의 표정을 보고 나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는 나를 믿고 그 일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내가 굳이 의심을 하여 아이와의 신뢰를 깰 필요는 없었다.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뭘 하든 널 믿어줄게.라는 신뢰는 양육에 있어서 중요하다. 오늘은 그 신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이의 거짓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거짓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곧 거짓말을 좀 섞고, 숨기고 감추는 것이 늘어날 것이다. 나는 거짓말이 깨어진 신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믿음을 무한정 보여주는 것이다. 엄마 아빠는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너를 믿어주고 사랑해.라는 기본적인 개념은 아이에게 가정의 의미를 정의하게 한다.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신뢰받고 있다는 것에 안정감을 느낀다. 언제든 내가 실패하거나 잘못을 저질러도 나를 믿어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큰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주인공 싱클레어는 불량 학생과 어울리고 싶어서 거짓말을 한다.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쳤다고 거짓말 한 그에게 불량 학생은 ‘그 과수원의 주인이 범인을 찾고 있는데 널 신고하겠어!' 라며 협박한다. 주인공은 그런 압박 속에서 부모님을 만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은 부모님께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부모님은 자신의 범죄(?)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항상 바른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나는 한창 육아 강박이 있을 시기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다녀왔다. 6시에 집에 들어와서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었다. 아이들에게 ’ 바른 ‘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에 ’ 바른 ‘ 모습이 어디에 있는가? 앞에서 언급한 ’ 데미안‘에서 ’ 아브락사스‘라는 신을 언급한다.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존재. 우리 머릿속의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자는 메시지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어른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싱크레어가 불량 학생에게 거짓말을 하여서 겪는 고통을 보면 공감을 못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그러나 싱클레어는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실수도 언제나 가능해. 너를 언제나 믿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의 거짓말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를 믿고 다가올 것이다. 실수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노력할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사랑’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순간이 많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풀어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여자 주인공(테레자)의 죄책감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토마시)은 테레자를 따라서 의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농촌에서 살고 있다. 테레자는 그를 보면서 내 얕은 마음이 그를 ‘바닥’까지 끌고 왔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때 토마시는 말한다. ‘임무라니, 테레자, 그건 다 헛소리야!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당신은 모르겠어?’ 나는 이 부분을 읽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바람둥이였던 토마시는 마음속으로 테레자를 절절히 사랑하고 있었고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의사라는 직분이 없어도 그는 행복했다. 사랑은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킨다.


아이들의 거짓말을 의심으로, 추궁으로 막아낼 수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너를 믿는다. 너를 사랑해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 나는 그것이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끄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