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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Nov 13. 2024

15. 평균 이하 우리 아이

평균의 허상

모든 부모들은 '영유아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키, 몸무게, 시력 등 대략적인 발달 상황을 점검한다. 정신적, 지능적 발달 상황도 꼼꼼히 검진한다. 특히, 평균적인 발달과정과 우리 아이의 발달과정을 백분위로 비교하여 표기한 그래프는 부모의 주요 관심사다. 누군가에겐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이날이 나는 두려웠다.

의사 : 아이가 많이 작네요. 몸무게도 평균 이하입니다. 많이 먹여야 할 것 같아요.
아빠 : 집에서 밥을 적게 먹는 편은 아닌데 항상 이렇네요.
의사 : 밥뿐만 아니라 빵, 면, 뭐든지 다 먹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무 평균 이하라서요.
아빠 : 네 알겠습니다.

이런 대화가 매 검진 때마다 반복되었다. 나는 죄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 가장 신기한 것은 아이들 조부모님의 촉이다. 검진 날짜를 체크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 될 정도로 검진을 할 때마다 "아이들은 잘 크고 있지?"라는 질문을 하신다. 나는 ”네, 잘 크고 있어요. “라는 말로 얼버부리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왜 우리 아이들은 평균적인지 못한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평균'이라는 단어는 큰 위안이 된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우리 아이가 '평균'안에 든다고 하면 왠지 모를 안정감이 든다. 그러나 인문 육아를 선망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평균'의 본질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우리 사회에서 '평균'이란 무엇일까?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에서 평균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침투하였는지 알 수 있다. 1819년 저명한 과학자 아돌프 케틀레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 속에 숨겨진 패턴을 찾고자 다. 천문학자인 그는 천문학적 연구법을 인간 사회 연구에 그대로 적용시켰다. 이 방법이 '평균'이다. 마침 '빅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적 물결을 타서 해당 방법은 큰 인기를 끌었다. 평균 출생아, 사망자, 범죄자수 등의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로 인해 평균이라는 개념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박히게 되었다. '영유아 건강검진'의 사례와 같이 우리 삶의 기준으로 평균 데이터를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음식을 고를 때도 '보통 어떻게 먹어요?' 라며 평균적인 선택을 물어본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천문학자 아돌프 케틀레가 찾고자 했던 '인간의 사회적 행동 속에 숨겨진 패턴'이 애초에 존재하는가?




평균은 개개인의 가치를 절하시킨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은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후에 채식주의뿐만 아니라 나무가 되어버리고 싶다는 주장까지 한다. 주변 사람들은 완강한 그녀의 태도에 경악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폭력을 휘둘러서 고기를 억지로 먹이기도 한다. 결국 그녀는 자해를 하곤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표현이 격하긴 하나, '평균적인' 인간의 모습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개인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모습은 우리 사회와 비슷하다. 소설을 읽어가면서 주인공이 한심하다거나 주변 인물들의 답답함이 이해된다면, 그것은 '평균적인' 범주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도 이와 같다. 어떤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어떤 아이는 피아노를 잘한다. 학습 속도도 모두 다르다.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평균적인 학습 수준' 또는 '평균적인 학습 속도'로 개개인을 맞추려고 한다. 그 결과 부모들은 항상 답답하다. 모든 면이 평균에 맞는 아이는 없다. 달리기가 평균적이면 한글 수준이 평균적이지 않을 수 있다. 수학이 평균적이지만 그림은 평균적이지 않을 수 있다. 애초에 '보통의 아이'는 불가하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아이는 왜 다른 아이처럼 ~~ 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항상 달고 산다. 아이의 특성, 개개인의 장점에 집중하지 않고 부족한 면의 개선에 집착한다.


평균이 아니라 개개인을 존중하면 어떨까? 아이를 잘 관찰하여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찬찬히 학습을 하는 방법.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의 학습으로 흥미로운 학습을 이끄는 방법.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로버트 기요사키는 어릴 적, 평균적인 아이들이 풀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그로 인해 항상 낮은 점수를 받았었다. 그러나 평소 기요사키를 섬세히 관찰한 그의 아버지는 기요사키가 가장 잘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로 인해 그의 점수는 상승하였다. 이처럼 평균적인 아이들의 모습이 아닌, 내 아이 개개인을 섬세히 관찰하고 그에 맞는 속도와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이 외에도 평균은 특정 그룹에 대한 선입견을 만든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에서는 세상을 극과 극으로 설명한다는 ‘간극 본능’을 설명하는 파트가 있다. 우리는 세상을 흑과 백으로 크게 나눠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자와 부자, 선진국과 후진국.처럼. 작가는 이 설명을 하면서 ‘표준편차’에 집중을 하자고 하였다. 평균이 아닌 ‘분산’에 집중을 하자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그룹을 볼 때 ‘저 그룹은 통상 어떠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다.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다 모범 학생이었을 것 같다.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고 하면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다. 우리가 많은 소설을 읽으면서 인물의 겉모습과 행동에 대한 묘사로 해당 인물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런 모습을 한 ‘상’에 대한 평균적인 관념이 우리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긍정적인 그룹에 우리 아이가 속해있길 바라게 된다. 반대로 평균적으로 부정적인 그룹에 아이가 속하게 되면 기겁한다. 이에 따라 부모는 아이의 경험을 제한하고 부모의 생각 속에 가둬버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평균적으로 고기를 잘 잡는 어부들을 따라다니지 않고 80일이 넘게 고기를 낚지 못하는 노인을 따라다니는 소년을 걱정하여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노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소년은 끈기와 자기 신념과 자아실현의 기쁨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의 삶은 아이가 스스로 겪으며 쌓아가도록 해주고 싶다.



평균은 말 그대로 평균일 뿐이다. 사람을 너무나 단순화시킨 이 개념을 우리 아이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보통의 아이들을 바라보기보다 특별한 우리 아이의 독보적 특징, 우리 아이의 유일한 삶의 여정을 지지해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다음글은 아이들이 삶속에서 겪는 불행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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