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의 진짜 의미
https://brunch.co.kr/@828401f9d7b3475/24
“일요일에 갈게.”
“오려구? 안 와도 돼. 그냥 쉬어.”
“그래.”
경윤이는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가겠다고 했다.
경윤이는
안 와도 된다고 했다.
그냥 쉬라고.
나는 “그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냥,
말없이 갔다.
밥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같이 밥을 먹었다.
경윤이는
정말 안 오는 줄 알고 있었다가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날 내 “그래”의 뜻은
“일단 알겠어. 근데 상황 봐서 갈게.”
이거였다.
⸻
“난 다음 주에 시간 될 것 같아.
양평 가자. 물총도 챙기고!”
“그래.”
경윤이는 양평에 가서 놀자고 했다.
나는 “그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못 갔다.
약속이 생겼다.
경윤이는
지난번 약속이 기억 안 나냐며
화를 냈다.
그날 내 “그래”의 뜻은
“일단 알겠어. 근데 안 될 수도 있어.”
이거였다.
⸻
경윤이에겐
“그래.” 한마디가 기대였고,
약속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래”는
그냥 대화의 흐름이었다.
⸻
나는 그렇다.
애초에 확답이란 게
나에겐 약간의 부담이었다.
무언가를 정해두면
지켜야 할 것 같고,
지키지 못하면
괜히 미안해진다.
그래서
되도록 확실히 정하지 않는다.
내 “그래”는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하자.”
그런 뜻이다.
확신은 없지만,
의지는 있다.
그 정도의 대답.
⸻
하지만 경윤인
그걸 ‘확정’으로 믿었다.
나는 몰랐다.
그 짧은 말 하나가
서로 다른 언어였다는 걸.
⸻
이너마더가 포돌이에게
포돌아,
너의 “그래”는
여지를 남긴 말이고,
경윤의 “그래”는
마음을 담은 약속이야.
그래서 실망했고,
그래서 화가 났을 거야.
약속은 지켜야 하지.
하지만 못 지킬 수도 있잖아.
그럴 땐,
그냥 말해줘.
“미안, 상황이 달라졌어.”
그 한마디면 충분해.
사랑은
약속을 완벽히 지키는 게 아니라,
지키지 못했을 때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야.
경윤이는
화를 내도 결국
너의 말을 들으려 할 거야.
그건 아직,
너를 믿고 있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