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래”의 진짜 의미

by 강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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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갈게.”

“오려구? 안 와도 돼. 그냥 쉬어.”

“그래.”


경윤이는 주말에도

회사에 출근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가겠다고 했다.


경윤이는

안 와도 된다고 했다.

그냥 쉬라고.


나는 “그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냥,

말없이 갔다.


밥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같이 밥을 먹었다.


경윤이는

정말 안 오는 줄 알고 있었다가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날 내 “그래”의 뜻은

“일단 알겠어. 근데 상황 봐서 갈게.”

이거였다.



“난 다음 주에 시간 될 것 같아.

양평 가자. 물총도 챙기고!”

“그래.”


경윤이는 양평에 가서 놀자고 했다.

나는 “그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못 갔다.

약속이 생겼다.


경윤이는

지난번 약속이 기억 안 나냐며

화를 냈다.


그날 내 “그래”의 뜻은

“일단 알겠어. 근데 안 될 수도 있어.”

이거였다.



경윤이에겐

“그래.” 한마디가 기대였고,

약속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래”는

그냥 대화의 흐름이었다.



나는 그렇다.

애초에 확답이란 게

나에겐 약간의 부담이었다.


무언가를 정해두면

지켜야 할 것 같고,

지키지 못하면

괜히 미안해진다.


그래서

되도록 확실히 정하지 않는다.


내 “그래”는

“그럴 수 있으면 그렇게 하자.”

그런 뜻이다.


확신은 없지만,

의지는 있다.

그 정도의 대답.



하지만 경윤인

그걸 ‘확정’으로 믿었다.


나는 몰랐다.

그 짧은 말 하나가

서로 다른 언어였다는 걸.



이너마더가 포돌이에게


포돌아,

너의 “그래”는

여지를 남긴 말이고,

경윤의 “그래”는

마음을 담은 약속이야.


그래서 실망했고,

그래서 화가 났을 거야.


약속은 지켜야 하지.

하지만 못 지킬 수도 있잖아.


그럴 땐,

그냥 말해줘.

“미안, 상황이 달라졌어.”


그 한마디면 충분해.


사랑은

약속을 완벽히 지키는 게 아니라,

지키지 못했을 때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야.


경윤이는

화를 내도 결국

너의 말을 들으려 할 거야.


그건 아직,

너를 믿고 있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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