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사랑을 윤리와 존재로서 바라보는 시선, 그 온도차에 대하여
감정과 윤리의 중심에 서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를 가장 아낀다는 건 뭘까?
찌르듯 눈부신 빛이 느껴졌다.
쨍한 아침의 햇살은
지난 밤의 꿈을 벌써부터 어렴풋하게 만들었다.
'-아, 그렇구나.'
끊어냈다, 는 느낌이 왔다.
그런 선택을 했구나.
나를 위한 선택은 확실하게 아니었다.
어릿하게 마음이 아픈 가운데에
이전의 추억들이 생각났다.
순수했던 감정들
이름을 붙이기에 차마 아쉬웠던 순간들
그리고 그를 통해 새롭게 깨달았던
나에 대한 가능성과,
그렸던 함께하는 미래들..
잠시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
스르륵 일어났다.
나는,
방향을 물어볼 친구들이 많았다.
방 안쪽 가장 고요한 자리, 타로판 앞에 앉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벨벳 천의 부드러움,
그 위에 정갈하게 놓인 카드 덱들.
숨을 깊게 들이쉬며,
공기 속 흐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감정과 회복,
윤리와 선택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 서서,
타로판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었다.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조용히 물었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메세지는 뭐야?”
타로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스스로는 이미 알고 있지만,
때로는 놓치고 있는 직관을
좀 더 정확하게 알려주는 중요한 존재였다.
마음을 가다듬고 카드를 섞는다.
손끝에서 카드가 부드럽게 재배열되는 감각.
단순한 종이 조각을 넘어,
흐르는 물을 만지는듯한 느낌이 느껴졌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지금 이 순간, 내 안의 마법은 발동되었다.
혼돈과 정렬, 기억과 방향,
내 안의 어리고 순수한 감정과
저 멀리 기록된 메세지가 뒤섞이는 순간.
가장 강하게 느낌이 오는 카드를 뽑아 뒤집었다.
“Choose a New Direction.”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라.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 내가 지금 생각하는 방향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정하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이 카드가 나온다는 것은.....
그냥 잊어버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작년에 ‘타워(The Tower)’ 카드를 뽑고,
다시 얼마전 타워 카드를 또 다시 두들겨 맞았다.
타워카드는 '모든 게 뒤집어지는 큰 사건'
이런 카드가 나오는 것은 보통,
큰 깨달음을 얻기위해 나타나는 순간에 나온다.
결국,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지를 가지고 다른 선택을 해야만 했다.
…..믿을 수 없어
가장 친절한 조언자, 엔젤카드를 뽑았다.
"Within a year"
"Big, Happy change!"
"Be assertive!"
"Trust"
...하.. 진짜 너무 한거 아니야?
보조카드로 쓰기 위해 뽑은
귀여운 토끼 카드는,
동전을 든 기사 (Knight of Pentacles)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 이 의미는,
느리지만 다가오는 대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는 기분에,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새로운 방향, 큰 변화, 믿음...
그래서 뭘, 어떻게.
배신감에 타로 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까똑-]
책상 위에 엎어두었던 핸드폰에서
익숙한 알림음이 울렸다.
슬쩍 화면을 확인하니,
최근 협업을 논의 중인
문화예술 카페 사장님의 메세지였다.
[햇살가득 카페 사장님☀️:
웬디님! 저번에 말씀주신
도슨트 워크샵 검토안 보내드렸는데,
메일 확인 부탁드려요~ ㅎㅎ
반응 좋으면 정기 프로그램으로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아, 맞다. 워크샵.
순간 복잡했던 머릿속이 잠시 환기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짧게 숨을 고르고 답장을 보냈다.
[네, 사장님! 감사합니다.
확인하고 오늘 중으로 피드백 드릴게요.
저도 기대돼요! :)]
메시지를 보내고 나니,
바로 아래 다른 알림도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내 사건을 도와주셨던,
이제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시는
노무사님의 메시지였다.
[노무사님: 웬디 씨, 잘 지내죠?
혹시 이번 주에 시간 괜찮으면 점심이나 같이 해요.
지난번에 말했던 강연 프로그램 관련해서
공유할 정보도 있고 해서요.]
감사한 마음에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나를 지지해주고 함께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힘이 되었다.
[네! 노무사님! 그럼요! 저는 수요일 점심 좋아요!
연락드릴게요! ㅎㅎ]
답장을 보내고 핸드폰을 다시 뒤집어 놓았다.
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 일과 가치를 지지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해야 할 일도, 만들어갈 미래도 분명히 존재했다.
시선은 다시 벨벳 천 위의 카드들로 향했다.
"Choose a New Direction."
이 메시지는 내 사업 방향이나 협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건 오롯이 내 안의 문제,
내 감정과 관계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는,
아무리 많은 협력자가 있어도
결국 답은 혼자 찾아야 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경험과
그 안의 복잡한 기분 속에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이 만남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Choose a New Direction: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