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과거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표현되지 않는 감정은 절대 죽지 않는다. 그들은 산 채로 묻혀 나중에 추악한 방법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말은 평소 자기 자신의 감정을 기만하지 않고, 적절히 표현하면서 잘 해소 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나는 평소 말이 많은 편이지만, 의외로 속내를 잘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그런 내 감정들이 표현되지 않고, 긴 시간 쌓이면 가슴속 울분이 생긴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런 내가 무속인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 곧 잘 울분을 토해 낸다.
굳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살아온 생각과 감정에 대해 1시간 동안 선생님 입을 통해서 듣고 있노라면, 나 자신 스스로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의 대화가 있고, 나는 몇 번의 치유가 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몸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줄기 빛을 본 듯 마음속에는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이렇게 내 관점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면, 긍정적인 현실도 같이 끌어올 수 있는 힘이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그런데 나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몇 개월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일상의 생활도 점점 더 어려워졌고, 갑작스레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들도 곧잘 생겼다. 심지어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라는 말도 듣게 된다.
곧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무속인 선생님과 다시 만났고 대화를 했다.
“선생님, 제사를 지냈는데 이렇게 아플 수 있는 건가요? 그럼 저는 언제 나을 수 있는 건가요?”
선생님께서는 기도를 가자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한 번에 명쾌하게 제대로 설명되지 못하는 무속이 더 이상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 둘 생기는 머릿속 혼란은 어느덧 나를 혼돈 속에 넣었고 이해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믿음 같은 건 그저 공기 중에 흩어지는 의미 없는 에너지가 될 뿐이었다.
나는 계속 이렇게 무력해질 수는 없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국은 원초적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러면서 내 기억은 과거를 향해 시간의 뱃머리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