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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Nov 24. 2024

글감이 스스로 찾아오다니 완전 럭키비키잖아.

작가적 사고

집이 조용하네.

방금 쿵 하는 소리 안 났어요?

집에 불도 다 꺼져있네.

뭐 했어요?

아, 자다 일어났다고.

나도 그래요.

요 며칠간 감기 몸살 때문에 잠을 못 잤어.

어휴, 난 3시간밖에 못 잤다니까.

아니, 그건 아니에요.

지금도 자다가 그 소리 때문에 깼는데.

럼 작은 소리는 아니잖아요.

귀 쫑긋하고 듣지도 않았어.

요 몇 달간 진짜 조용했는데.

일상 소음은 괜찮아요.

사람 사는 소리 들리면 좋다니까.

나도 애 키워봤잖아.

발소리, 말소리 이런 건 괜찮지.

근데 설거지 소리 같은 건 안들리더라.

혹시 이 집도 안 들려요?

이상하네.

설거지 소리는 안 들리지.

11월에 이사 나가는 거 맞죠?

아니라고?

왜?

아니, 그건 그렇지.

평소에는 진짜 조용해요.

근데 그 큰 소리 때문에 그러지.

진짜 심장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니까.

내가 그거 때문에 수명이 줄어요.

아니, 그럼 10층에서 그랬나?

그래, 10층인가 보다.

그죠, 여기 건물이 다 연결돼 있긴 하니까.

아, 우리 집 강아지요.

그 소리가 들려요?

맞아요.

혼자 있음 좀 낑낑대죠.

애가 불안해서 그래.

윗집소리는 혹시 안 들려요?

아, 그쪽도 이제 다 들요?

발망치랑 끄는 소리 있다고.

그렇구나.

내가 예민해서 그랬는지도 몰라.

글은 보통 새벽에 쓰지. 

근데 사업도 하고 강의도 나가거든.

바빠, 내가.

근데 자꾸 소리가 들리니까.

무슨 소린지 몰라서 집에서 의자 끌고

다 테스트해 봤거든.

별 걸 다  본다, 그죠.

보니까 의자 내려치는 소리 하고 비슷해.

아니, 괜찮아요.

아니야, 아니야, 니야.

아니라고 하는데 아니겠지.

아이고, 괜찮은데.

그럼 잠깐 실례할게요.

음. 이게 거실의자예요?

진짜네, 무겁네.

이건 못 내려치겠네.

거기다 이건 의자 다리가 다 쇠잖아.

그건 나무의자 소리거든.

어떻게 아냐고?

내가 예민하다고 했잖아요.

소리 들으면 다 알아.

거실 의자는 이게 다예요?

그렇구나.

그나저나 집 정리했네요.

저번에 왔을 때는 엄청 어질러져 있더니.

그랬어요?

이제 깔끔하네.

이게 새로 산 매트예요?

집에 짐이 많네.

다른 곳은 소리 날 곳 없죠?

그러게.

그럼 그 소리가 대체 어디서 나는 거지.

아이고, 집 잘 봤어요.

여기서 들린 소리는 아닌가 봐.

그쪽도 신경 많이 쓰이나 봐요.

아, 초인종 소리에 그래요?

막 신경 쓰이고 그래?

내가 쿵 소리에 그런다니까.

막 심장이 두근두근하죠.

내가 그 맘 알지.

그래요.

미안해요.

네네.

나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지.

근데 몇 살이에요?

아, 내가 언니네.

나 78년생 말띠야.

그래요.

나도 이만 들어갈게요.

그쪽도 들어가요, 이제.

조용히 잘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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