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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주 Oct 06. 2024

재생산의 시대

요즘 스레드가 유행이라길래 나도 한 번 눈팅을 시작해 봤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그냥 가볍지만 진지한 생각들, 혹은 심심할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찾고 싶었다. 내 일상은 이미 충분히 복잡하니까, 스레드 속에서는 잠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 정도의 가벼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눈앞에 펼쳐진 건 내가 기대한 진지한 생각이나 흥미로운 글들이 아니었다. 마치 전단지처럼 같은 내용들이 여기저기서 반복되고 있었다. 한 사람이 올린 글이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똑같은 내용을 복사해서 다시 올리고 또 올리고. 도대체 왜 이런 걸까? 내가 뭐 잘못 클릭한 건가, 싶을 정도였다.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글을 기대했지만, 그 대신 쏟아져 나오는 건 온갖 마케팅 홍보였다. 마치 마케팅을 위한 스레드들이 난무하는 느낌이었다. 성공 비법이니, 돈 벌기 전략이니, 틱톡라이트 광고까지.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한두 번은 궁금해서 클릭해 봤다. ‘온라인으로 하루에 100만 원 버는 비법’ 같은 글을 보고 솔직히 호기심이 안 생기긴 어렵다. 하지만 결국은 똑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클릭할수록 내가 기대했던 진지한 대화는커녕, 마케팅 세계에 깊이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원한 건 그저 가볍지만 생각해 볼 만한 글들이었다. 그런데 스레드 속에서 마주한 건 끝없이 반복되는 복사된 글들이었다.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을 기대했지만, 어느새 나는 복사된 마케팅 메시지의 홍수 속에 휩쓸리고 있었다. 틱톡라이트부터 다단계 광고까지, 대화의 여지는 사라지고 광고만이 남은 공간. 결국 나는 이런 스레드를 통해서도 내가 찾고자 했던 여유와 가벼움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대화를 원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한 발짝 떨어져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말이다. 진지하게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일상의 틈에서 조금의 여유를 즐기려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여유조차 마케팅 홍수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결국 나는 스레드를 떠나기로 했다. 더 이상 마케팅과 복붙의 홍수 속에서 나를 찾고 싶진 않았다. 내 일상은 충분히 복잡하고, 그 안에서 가끔 가볍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굳이 복사된 성공 비법이나 광고들 속에서까지 그런 피로를 느끼고 싶진 않았다.


사람들은 스레드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목소리마저도 복사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복사된 목소리들이 아닌, 진짜 사람들의 생각과 글을 원했다. 물론, 인터넷 어디엔가 그런 글들도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스레드에서는 그것들을 쉽게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스레드 대신, 나만의 공간에서 진짜 생각을 담은 글들을 찾기로 했다.


내가 스레드에서 찾고 싶었던 건 거창한 대화나 깊이 있는 토론이 아니었다. 그저 가볍지만 진지한 생각들, 일상 속의 작은 깨달음이 담긴 글을 읽고 싶었을 뿐이다. 스레드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길 기대했지만, 내게 돌아온 건 끝없이 반복되는 마케팅과 복붙 된 메시지들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곳을 떠나기로 했다. 다음번엔 내가 원하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다른 곳에서 내 마음을 잠깐 내려놓아야겠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기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눈앞에 들어온 건 다양한 주제의 대화가 아니라, 온갖 마케팅 글이었다. 이건 마치 복붙 마케팅의 전시장이라도 된 것처럼, 어디를 가나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있었다. “온라인으로 100만 원 벌기!”, “한 달 만에 성공하는 비법!” 이런 글들이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어서 한두 개 클릭해 봤다. 하지만 금세 깨달았다. 이곳에서는 생각의 교류보다는 무언가를 팔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글 하나하나가 마치 마케팅 광고처럼 느껴졌다. 틱톡라이트를 비롯한 각종 성공 비법들이 넘쳐나는 걸 보면서 나는 점점 지쳐갔다. 도대체 이곳은 생각을 나누는 곳인가, 아니면 마케팅 전쟁터인가?


이쯤 되면 대화의 장이 아니라 마케팅의 장인 듯했다. 모든 글이 그럴듯한 성공 비법이나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심지어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다른 사람이 반복해서 올리니, 내가 읽었던 글을 또 보고, 또 보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현실에서 아이 기저귀를 계속 갈아야 하는 반복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한데, 온라인에서도 복붙 된 글을 계속 보게 되니, 그 피로감은 배가되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잠깐은 그럴듯해 보이는 광고에 솔깃하기도 했다. '나만 뒤처지는 건가?' 싶은 마음에 잠깐이라도 그 비법을 따라 해 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곧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그런 복사된 성공 방식을 따라가며 살고 싶진 않았다. 내게 중요한 건, 남이 만들어낸 꿈을 복사해서 붙여 넣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공유하는 걸까? 생각해 보니, 복붙 된 글들의 의도는 간단했다. ‘나도 한몫 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자신이 성공한 방법을 남들과 공유하고, 그 과정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겠지. 그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있는 걸까?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을 공유한다지만, 결국 스레드 속에서 보이는 건 그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케팅이었다. 새로운 생각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잘 포장된 마케팅 전략들. 그런 반복된 메시지 속에서 진짜 대화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스레드에서의 짧은 모험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내 일상은 이미 충분히 반복적이다. 아침마다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피로한데, 굳이 온라인에서도 그런 반복을 감당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 복붙 된 마케팅 속에서 내 목소리를 찾고 싶었다.


우리는 재생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는 끊임없이 복사되고, 재생산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목소리는 희미해진다. 스레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틱톡라이트 같은 마케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내가 찾고 싶었던 건 마케팅이 아닌 진짜 대화였다.


그래서 결론은? 스레드에 기대했던 대화는 없었지만, 나만의 목소리를 찾아가겠다는 결심만은 남았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리고 그걸 내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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