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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Sep 30. 2024

신입사원 놀려먹기

연재소설 : 러브 코딩 6화 - 신입사원 놀려먹기

“민수야, 일어나라”

민수는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뜬다.

잠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벽시계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베개에 머리를 묻고 눈을 감는다.

“민수아, 회사 가야지...”

민수는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눕는다.

어머니가 애타게 재촉한다.

“빨리 일어나서 씻어라.”

“예.”

민수는 다시 몸을 일으켜 방에서 나간다.


민수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화장실에서 나와 차려 놓은 밥상 앞에 앉는다.


식사를 마친 민수는 방으로 들어온다. 동생은 계속 잠자고 있다. 

벽에 걸어 놓은 새 와이셔츠를 입는다. 그리고 어제 조심스럽게 목에서 빼냈던 넥타이를 목에 다시 낀다. 양복을 입고 방을 나선다.


민수는 현관에서 구두를 신으려다 구두를 본다. 구두를 닦은 표시가 난다.

“엄마, 내 구두 안 닦으셔도 돼요. 내가 닦을게요.”

“회사 가기 바쁜 너가 어느 천 년에... 다른 넥타이 매고 가라.”

민수는 구두를 신으면서 말한다.

“넥타이 맬 줄 모르는데, 그냥 이 넥타이 매고 갈게요.”

어머니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넥타이 바꿔 매야 하는데.., 와이셔츠는 갈아입었나?”

“예,”

현수는 현관문을 나서려다 돌아보며 말한다.

“아, 참, 오늘도 늦어요. 신입사원  환영 회식한대요.”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한다.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라.”

“다녀올게요.”

현수는 웃으며 출근길을 나선다. 



텅 빈 사무실, 소라가 중만 테이블을 닦고 있다.

민수가 사무실로 들어서며 소라를 향해 먼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소라도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민수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서랍을 열어 매뉴얼을 꺼낸다.

소라는 중만 옆 단말기 테이블을 닦은 후 민수의 책상을 닦으려 한다.

민수는 소라의 수고가 부담스러운 듯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안 닦아도 되는데...”

“저는 닦아야 하는데요!”

어디 감히 신입사원이 반항하냐는 듯 소라가 당당하게 말한다. 


소라는 민수의 책상을 닦으려고 민수가 앉은 의자 곁에 바짝 다가선다. 

민수는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밀릴 수 없다는 듯 버틴다.

소라는 엉덩이로 민수 의자 등받이를 민다.

민수는 안 밀리려고 책상을 팔꿈치로 짚고 버틴다.

그러나 출근하는 사람을 의식한 민수는 할 수 없다는 듯 매뉴얼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선다.

소라는 의기양양하게 민수의 책상을 닦는다. 

책상을 다 닦은 소라는 신규 자리로 옮겨 간다.

민수는 체념하듯 의자에 다시 앉는다. 

바로 앞 신규 책상을 닦는 소라와 눈길이 부딪히자 민수는 매뉴얼로 눈길을 돌린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소라에게 밀리는 민수, 속이 쓰리다.



중만과 신규가 출근하여 각자 단말기 앞에 앉아 있다. 

인일섭대리가 출근하자 중만과 신규는 앉아서 인사하고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한다.

일섭은 인사 대신 마감작업에 대해 묻는다.

“어젯밤 마감 작업은 다 잘 끝났어?”

“예, 전화는 없었어요, 지금 마감 작업을 체크하려던 참이에요.”

중만은 책상 서랍에서 일일마감 점검일지를 꺼내서 단말기 테이블에 올린다.

“민수 씨.”

“예?”

중만이 민수에게 말한다.

“야간에 돌았던 마감 작업 함께 체크합시다.”

“예.”

민수는 중만이 앉은 단말기 테이블로 의자를 바짝 댄다.

“낮에는 온라인이 돌면서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밤에는 주간 중에 모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일마감 뱃치(batch) 작업이 돌아요, 뱃치작업을 일괄처리작업이라고 하는데, 뱃치라는 말은 들어 봤어요?”

“처음 듣습니다.”

“이 뱃치로 도는 일일마감작업은 스케줄러에 등록된 순서대로 자동으로 작업이 돌아요, 그런데 작업이 돌다가 뻑이 나면 어떻게 된다?”

설명을 하던 중만이 민수를 쳐다본다.

민수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기계실에서 전화가 오는 것인가요?”

민수의 대답이 기특한 중만, 설명을 이어간다.

“그렇지 기계실로 불려 가는 거지.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이 일일마감작업이 잘 돌았는지 확인해야 해요. 일일마감작업이 시스템 에러가 안 나도 이상이 있을 수 있거든. 그래서 아침마다 이렇게 작업 체크를 해야 해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예.”

“그러면 작업 체크를 어떻게 하느냐... 단말기로 에뮬레이터에 접속하여 그 작업 결과를 조회해야 돼요, 에뮬레이터 화면 상단에 BNBPS+를 입력해서 작업리스트를 본 후 차례대로 처리된 JOB을 선택하여 결과를 찾아서 적으면 돼요. 아직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죠?” 

“예.”

중만의 생경한 용어에 민수는 얼떨떨하다.

“오늘은 내가 하는 것을 보고, 다음에는 민수 씨가 하도록 해요, 매뉴얼에 적어 놨으니까, 그것 보고 따라 하면 될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중만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화면에 나타난 숫자를 일괄처리작업 일지에 숫자를 적어 넣는다.

민수는 그 옆에서 중만이 하는 것을 지켜본다. 


“다 보셨죠? 이렇게 하면 돼요.”

중만은 일지를 민수에게 건네며 말한다.

“다음부터는 민수 씨가 체크하도록 하세요.”

“예.”

중만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신규에게 부탁한다.

“신규 씨, 민수 씨 에뮬레이터 ID 등록해야 하는데, 운영과에 전화해서 ID 등록 좀 해줘.” 

“요번에 신입사원 4명이 왔는데 한꺼번에 신청받아서 처리할 것 같아요.”

“아, 그렇겠네. 신입사원들 한꺼번에 등록하겠네.”

일섭이 팀원들을 향해 말한다.

“커피 한잔할까?”


팀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간다. 

그들을 따라서 나가던 민수, 자리로 급히 돌아와 책상 위에 있는 동전통을 들고 다시 쫓아 나간다.



민수는 동전을 커피 자판기에 밀어 넣는다.

일섭이 커피 버튼을 누르며 묻는다.

“마감 작업은 이상 없지?”

“예, 잘 끝났어요.”

중만에 이어 신규도 대답한다.

“예, 이상 없어요. 그런데 데이터는 계속 늘어나는데 디스크 스페이스가 모자라서 다음 달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달은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긴 했지만.”

“조만간 스토리지를 증설할 거라고 하던데?”

일섭의 말에 신규가 토를 단다.

“빨리하면 좋지요. 그런데 언제 할 줄 모르니 문제죠.”

팀장으로서 해결할 방법이 없는 일섭, 답답하지만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때까지 증설이 안 되면 테이프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바꾸면 안 될까?”

“글쎄요.”

신규에 이어 중만도 우려를 나타낸다. 

“그러면 오퍼레이터 손을 타야 하므로 작업시간이 길어질 텐데요.”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잖아.”

속절없이 팀원들에게 밀리는 일섭이 화제를 돌리려는 듯 민수에게 묻는다.

“OJT는 잘 되어 가?”

“매뉴얼 보고 있습니다.”

“그래?”

심상찮은 눈빛으로 말하는 중만, 드디어 반전의 기회를 잡는다.

일행은 커피를 뽑아 들고 사무실로 들어간다.



일섭이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으며 조아대기 시작한다.

”신규 씨, 우리 신입사원한테 매뉴얼만 준다고 OJT 되는 것은 아니잖아, 좀 나서서 해줄 수 없어?

“예, 알겠습니다.”

신규가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오늘 현업에서 마감 리스트 찾으러 올 텐데 그것도 민수 씨에게 좀 알려주고.”

“민수 씨, 자료실로 갈까요?”

신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민수에게 말한다.

“예.”

신규를 따라가는 민수. 

일섭은 걸어가는 신규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며 혼잣말을 한다.

“저 송사리….”


신규와 민수는 자료실로 들어선다. 

신규는 한쪽에 놓인 프린터를 가리키며 설명한다.

“이것은 시스템 프린터, 양이 적고 급한 리스트는 이것으로 찍어요. 그리고 정기 작업에서 나오는 리스트는 기계실 대형 프린터로 찍어서 이리로 운반되어서 오고요.”

신규는 앵글에 붙어있는 표식을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신계약이라고 적혀 있죠?”

“예.”

“이것이 우리 팀 산출물입니다. 조금 있으면 현업 사원들이 올라올 거예요. 그때 이 리스트를 주면 돼요.”

설명하던 신규가 민수에게 묻는다.

“아직 현업 사원들은 못 만나봤죠?”

“예.”

“결혼했어요?”

“아직 안 했습니다.”

“인기 좋겠네.”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말한 신규가 손으로 철재 앵글에 놓인 리스트를 가리킨다.

“여기 이 산출물을 민수 씨 자리로 들고 가서 보시죠. 안 대리님이 매뉴얼만 본다고 지적하는데, 이 리스트를 보는 게 좋겠어요.”

“예.”

민수는 리스트들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신규를 따라 자료실에서 나간다.

 

 

자리에 앉아 있는 민수는 리스트를 펼쳐서 보고 있다.

잠시 후 상당한 미모의 현업 여사원이 신계약팀으로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 혜영씨, 어서 와.”

중만이 혜영을 반갑게 맞이한다. 

혜영은 민수를 흘끗 쳐다본 후 말을 이어간다.

“리스트 가지러 왔어요.”

“오늘은 마감 리스트까지 나와서 양이 많은데.”

중만의 말에 혜영은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아양을 떤다.

“선생님이 같이 들어주세요.”

“여기 이 아저씨 보고 들어 달라고 해, 혜영씨가 온다고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잖아.”

중만의 말에 쭈뼛거리며 말하는 혜영.

“누구... 새로 들어오신 분?”

“응, 이번에 새로 들어온 우리 팀 신입사원이야.”


민수는 여사원을 흘끗 보고서는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인다.

혜영도 민수의 그런 모습을 보다가 인사할 시점을 놓쳐서 머뭇거린다.

멀찌감치 두 사람의 어색한 모습을 보던 일섭이 장난스럽게 말한다.

“혜영씨, 이민수씨는 처음 보지?”

“예, 처음 뵈어요.”

“혜영씨하고 민수씨, 저쪽 테이블로 가서 좀 앉지.”     

일섭은 바로 옆에 있는 회의 탁자로 가서 앉는다.

민수는 테이블 위에 놓인 리스트를 들고 회의 탁자로 간다.


회의 탁자, 일섭 앞에 민수와 혜영이 어색하게 앉는다.

“혜영씨, 인사하지, 이번에 온 우리 신입사원이야, 이민수씨라고.”

“안녕하세요, 보험관리부 박혜영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이민수입니다.”

둘이서 어색하게 통성명을 한다.

“이제 민수 씨가 데이터 리포팅 업무를 맡아 할 것이니까, 민수 씨하고 뜻을 맞혀서 잘해보라고...”

“예.”

어색하게 대답하는 두 사람.

민수가 마감 리스트를 혜영 앞으로 내민다. 

“이거 맞아요?”

“예, 맞아요.”

예쁜 혜영에게 집적거리고 싶은 일섭, 기회다 싶어 일장 훈시를 시작한다.

“데이터 리포팅이라는 일은 표시도 안 나면서도 시간은 무척 많이 드는 일인데, 현업에서는 데이터 리포팅을 너무 쉽게 요청하고 있어, 꼭 필요한 것인가 검토한 후에 데이터 리포팅 의뢰를 해야 하는데, 요즘 데이터 리포팅 의뢰가 너무 많아서 다른 일을 못 하고 있어.”

혜영은 일섭의 말에 마지못해 동의하듯 말한다. 

“우리 대리님이 데이터 리포팅을 좀 많이 부탁하긴 하죠.”

“이제는 신계약팀 데이터 리포팅은 민수 씨가 담당할 테니까, 서로 잘해봐.”

“잘 부탁드릴게요.”

“예.”

혜영이 쑥스럽게 말하자 민수도 어색하게 대답한다.

마치 첫 선을 보는 남녀를 보는 것 같다.

어색해하는 민수와 혜영을 보며 장난스럽게 미소 짓는 일섭, 기회가 또 왔다. 

“이민수씨는 박혜영 씨의 데이터 리포팅 의뢰를 성심껏 해줄 수 있습니까?”

“예.”

역시 어색하게 대답하는 민수.

이번에는 혜영을 빤히 쳐다보며 묻는다.

“그러면 박혜영 씨는 이민수씨가 제공하는 데이터 리포팅 작업 결과를 언제나 신뢰하고 따르겠습니까?”


건너편에서 듣고 있던 중만과 신규가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혜영은 분위기를 알아차리고는 부끄러운 듯이 앙증맞게 소리친다.

“대리님, 너무하세욧!” 


혜영은 탁자 위의 리스트를 들어서 안고 총총걸음으로 사무실에서 나간다.

혜영의 나가는 모습을 보며 중만과 신규가 이번에는 크게 웃는다.

“우하하하하.”

민수는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일섭이 회의 탁자에서 일어나며 민수에게 말한다.

“아, 참, 민수 씨, 우리 파트너 현업부서는 계약부야, 오후에 계약부에 인사하러 가자고.”

“예, 알겠습니다.”

민수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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