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래빗>
"토끼는 절대 약한 녀석이 아니다. 그 작은 동물은 매일 세상의 위험에 맞선다. 가족과 국가를 위해 당근을 찾아다닌다. 토끼가 되어야 해. 토끼는 용감하고 영리하고 강인하거든."
조조 래빗은 전쟁을 가장 순수한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작품이다. 또한 어떠한 상황인지, 자신들이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배제하고 자신들이 행하는 것을 옳다고 '주입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행위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바라보는 전쟁과 세상에 대해 훌륭한 주변 어른들이 아이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길을 걸어갈 수 있게 인도해준다.
조조는 히틀러와 나치에 대해 엄청난 동경을 가지고 있는 꼬마 아이다. 물론 모든 어린아이들이 그러하듯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모른다. 역시 나치가 어떤 일을 저지르고 행 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 유행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어울리고 싶어서 나치와 히틀러를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살인 기술을 배우는 것을 위대한 일인 것마냥 포장해 놓은 캠프에 즐겁게 참가하고 있다. 또한 유대인은 그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세뇌당한다. 뱀의 혀, 긴 송곳니, 비늘 등 말도 안되는 신화를 가져와 비하하며 자신들, 아리안 족은 위대한 존재들인 것 마냥 표현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진실을 깨워줄 수 있는 책들은 모두 태워버리고 뒤틀린 해방감을 느끼게 만든다. 조조는 "유대인을 만나면 죽여버리겠어" 같는 말을 한다. 하지만 조조는 보통의 또래 아이들처럼 전투술과 화기를 무서워한다.
군대에서 처음 K2 소총을 만졌을 때 나는 온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이 아무것도 아닌 물건으로,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 말이다. 총은 차가운 이물감이 느껴졌다. 총은 감정이 없었다. 나는 군대에서 총의 파괴력이 아닌 총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총을 가지고 있을 때 위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더 긴밀하게 배웠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위험과 모순과 폭력과 잔인함에 대한 어떤 것도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엄마는 정말로 조조를 사랑한다. 조조가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유행에 휩쓸려 나치와 히틀러, 전쟁을 찬양하고 있음을 안다. 엄마는 전쟁을 반대하며 유대인을 집 안에 숨겨주고 있다. 그 사실을 아는 나치와 히틀러를 유행에 따라 관심을 갖는 조조는 전쟁에 나갔던 아빠를 엄마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하며 엄마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다. 엄마는 아빠의 군복을 입고 입가에 수염처럼 숯을 칠하고 조조가 상처 받지 않게 하려고 장난을 통해 해소하고 함께 춤을 춘다. 엄마는 또 다쳐서 캠프에서 돌아온 조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전쟁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조조, 삶은 선물이야. 우린 그걸 축하해야 해. 우리가 살아있음을 신께 감사하고 춤을 춰야 해! 춤은 자유로운 사람들을 위한 거란다! 이 모든 비극을 잊게 해주지!"
크렌젠도르프 대위, 일명 캡틴K 역시 조조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말 훌륭한 어른이었다. 조조의 엄마와 친분이 있고 그녀가 유대인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조사원이 검사하러 조조의 집에 들렀을 때 슬그머니 부관과 함께 들어와 엘사와 조조를 보호해준다. 대위는 조조가 유대인인 엘사를 만났을 때 군대에서 말하는 것처럼 유대인은 다른 사람과 똑같기에 절대 구별할 수 없다고 담담하게 설명해준다. 그와 부관은 작품 내내 함께 다니는데 잘 살펴보면 이들은 나치가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동성애자이다. 대위는 전투에 패배한 나치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려고 조조에게 "더러운 유대인!"이라고 말해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자신은 총살 당한다.
아이가 자라는 환경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처음 만나는 세계인 엄마와 아빠는 조조의 엄마가 말한 것처럼, 또 나의 엄마가 항상 말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사실인 '이 세상은 선물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장소이다.
나의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는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 찾아온 여행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때문에 나와 엄마는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삶의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선택한 것임을 알고 있으므로 힘들더라도 행복하게 우리 앞에 주어진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조조는 그러므로 참 행복한 지구별 여행자다.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