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카이 폴>
이 작품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당시 시대상(?)을 알아야 한다. 이 작품이 공개되기 1년 전인 2011년은 2006년에 모든 것을 정리하는 은퇴를 선언한 <미션임파서블>의 '이단 헌트' 요원이 복귀한 해이다. 무려 5년 만에 전설적인 캐릭터로 돌아왔으며 더는 없을 것 같은 불가능한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역시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분명한 선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에 이야기하려고 하는, 역시나 복귀하게 된 정통 첩보 요원은 이단 헌트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는 알코올 중독에 정서불안을 가지고 있다. 거기다 사랑에 빠진 연인에게 배신을 당해 여성혐오증에 빠져있고, 여러 중독 증상으로 인한 수전증으로 총도 제대로 쏘지 못하고, 수많은 총상과 나이로 인해 체력이 현저히 떨어져 요원의 복귀 시험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 '퇴물'인 상태인 인물이다. 그는 바로 영국 정보국의 007요원인 '제임스 본드'이다. 이렇게 약해진 본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귀를 선언한다. 그는 이러한 엄청난 패널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구하기 위한 단 하나의 마음으로 인간 의지의 정점을 발휘한다.
이 영화는 한 인물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장벽들을 뛰어넘으며 진정한 영웅으로 부상하는 작품이다.
영화 <스카이폴>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최고의 요원이었던 본드가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 'M'의 명령을 받은 동료의 오인 사격을 맞고 강으로 떨어지게 된다. 본드가 수행하던 임무는 테러집단에게 빼앗긴 각 나라에 잠복해 있는 영국 MI6의 요원들에 대한 신상 정보였다. 그렇게 순간 M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서 영국 정보국은 전 세계로부터 위험에 빠지게 되었다. 거기다 그 테러집단의 목적은 마치 M을 노리는 듯 이상한 사진을 편집해서 M에게 보내고, 과시하듯 M이 국장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MI6의 본부를 폭파시켜 버린다.
M의 잘못된 판단으로 강으로 떨어진 본드는 오랜 시간 죽은 것처럼 살아오다 영국 본부 폭파 뉴스를 보고 영국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그는 MI6의 요원 복귀를 위해 시험을 치르지만 자격미달로 통과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불안증세와 M에 대한 애증, 알코올 중독 등으로 심신이 많이 망가진 상태이고, 총까지 맞은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M의 판단에 의해서 그는 다시 복귀하게 된다. 그렇게 임무를 통해 악당을 붙잡아 MI6에 묶어놓지만 모든 것은 악당의 계획이었고 본드는 악당을 좇다가 몸이 성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본드의 등 뒤로 큰 폭발이 일어나고 그의 머리 위로 지하철이 들이박히게 된다.
M이 00X 시스템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국가의 청문회에서 시를 읊는다.
예전처럼 천지를 뒤흔들지는 비록 못할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우리다.
영웅의 용맹함이란 단 하나의 기개.
세월과 운명 앞에 쇠약해졌어도
의지만은 강대하니
싸우고 찾고 발견하며 결코 굴복하지 않겠노라
이 시는 늙어서 많은 능력들을 잃어버린 M과 007을 대변한다. 007은 M을 사랑하며 증오하고 있다. 기초 테스트에서 M에 대해서 'BIXCH'라고 표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007은 테러리스트의 목표가 M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달린다.
본드는 알코올 중독, 수전증, 불안 증세, 총의 피격 등 패널티를 갖고 있으며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천지를 뒤흔들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굴복하지 않고, 강대한 의지를 가지고 가족과 같은 M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달린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세계의 멸망과 같은 거대한 음모가 아닌 자신을 버린 단 한 사람인 M에 대한 분노를 가진 악당이 등장한다. 악당 '라울 실바'는 제임스 본드의 검은 면과 같은 존재다. 그 역시 영국과 M을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임무를 했지만 M은 그를 버렸다. 제임스 본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바는 고문을 당했을 때 M을 기다렸지만 결국 그는 버려졌다.
본드가 충분히 임무를 해낼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M은 그를 믿지 못하고 저격을 요청해 본드를 지금의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선한 의지는 결코 굴복되지 않았고 결국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악한 의지를 이겨내고 당당히 증명한다.
마치 DC코믹스의 <조커>나 <다크나이트> 같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을 마블이 절대 따라할 수 없듯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는 지금까지의 정통적인 첩보 영화와는 다른 띠껍고 반골 기질이 다분한 시리즈이다. 영웅이라고 등장한 자가 이토록 불완전하고 어긋나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에 열광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불완전함'에 있다.
'불완전함'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다. 그 불완전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함을 향해 다가가기 위해, 한 순간 의지를 폭발시켜 인간의 한계를 넘고 그것을 통해 빛을 내는 것이 불완전한 인간이 가진 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언젠가 쇠락하여 무너지게 될 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노력하고 이겨내기 위해 꿈틀거린다. 그러므로 인간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