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2> 나는 좋은 사람이야
<인사이드 아웃>이 라일리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다면 <인사이드 아웃2>는 라일리 자신을 넘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편에서 나왔던 핵심 기억들은 라일리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가 '신념'을 만들었다. 가장 먼저 '신념'이 생기게 된 순간은 초등학교 시절 현재의 절친인 그레이스가 발표를 하다 동전을 쏟아버리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순간에, 또 다른 절친인 브리와 함께 도와주면서 생기게 된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신념이다. 이 신념은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가며 많은 것이 뒤섞인 상태가 된다. 나는 라일리가 도와주러 일어나는 순간을 보면서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나는 스스로를 요즘 말로 '하남자'라고 표현한다. 상남자의 '상(上)'은 '윗 상'자, 그와 반대로 '하(下)'는 '아래 하'자로 표현한다. 비웃는 것 같지만 나는 이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운전을 하게 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의 차를 타게 되었을 때마다 나는 놀라곤 했다. 평소에는 말랑말랑한 녀석들이지만 운전대만 잡게 되면 '끼어드는 사람들, 깜빡이를 넣지 않는 사람들'에게 심한 욕설을 사용하거나 분노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 운전에 대한 센스가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남자'이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앞다퉈 먼저 가려하지 않고 양보하고, 배려하고, 많은 부분에서 안정을 추구하면서 운전한다. 이것은 나의 삶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나는 거의 모든 곳에서 '고맙습니다'와 같은 감사 표현이나, 사람들을 위해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거나,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을 세워 놓거나 하는 행동을, 감사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편하려고자 행한다.
아버지는 그러한 행동들의 '이해득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아무런 이득을 바라지 않고 좋은 행동들을 하는데 이것이 나에게 얻어지는 '이점'은 무엇일까? 아버지는 나쁜 행동을 했을 때 스스로 불쾌한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에 좋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래서 너는 좋은 사람이야."
부모님은 내게 늘 이렇게 말해주었다.
라일리는 이야기가 흘러가며 사춘기를 맞이하게 된다. 나는 이 영화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의 표현을 아주 맛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사춘기가 된 라일리는 감정들이 존재하는 방을 난장판을 만들어버리고, 메인 보드마저 박살내 버렸다. 그리고 점심 시간이라고 재설계를 하던 중에 모든 인부들이 돌아가 버렸다. 예전보다 더 예민해진 메인 보드는 모든 감정들이 살짝만 건드리더라도 격한 감정 반응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감정인 '불안이', '부럽이', '당황이', '따분이'이가 등장한다. 복잡한, 새로운 감정들이 생긴 라일리의 머리 속은 난장판이 되어버린다.
처음 메인보드를 접한 불안이는 말도 안되는 많은 걱정거리들을 생산해 낸다. 이 걱정거리들은 나이가 든(?) 내 입장에서 보았을 때 전혀 불안거리가 아니다. 물론 나도 라일리와 같은 시절에는 불안을 느끼던 것들이지만 지금은 불안을 느끼지 않는 요소이다. 당시에는 내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밀려나게 될까 봐, 새로운 무리에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할까 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 놀림을 받게 될까 봐 하는 등의 쓸데없는 불안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나는 칸나 카무이가 좋아'라고 말할 수 있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순간 불안이가 걱정하며 선생님의 노트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 라일리를 압박하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것을 부럽이가 메인보드를 잡으며 결국은 들키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부러워 하는 감정은 온전히 불안과 분노와 같은 감정들을 받아들인 상태라면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라일리와 같은 사춘기 시절이라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흘러가면서 불안에 휩싸여 많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라일리는 결국 모든 감정들이 섞여 신념을, 라일리 '그 자체'를 만들어내게 된다.
"나는 이기적이야, 난 친절해, 난 부족해, 난 좋은 사람이야, 잘 적응해야 해, 하지만 나답고 싶어, 난 용감해 하지만 겁도 나..."
불안이가 해내야 했던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 그 자체이다. 처음 느껴보는 불안이었기 때문에 라일리는 잘못된 선택을 하였고 그것 또한 라일리 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항상 나에게 해주시는 말씀이 있다. 나는 거짓말을 굉장히 잘하지만 유일하게 그것을 꿰뚫어보는 것이 나의 아버지이다. 그리고 언제나 아버지는 다른 어떤 누군가에게도 거짓말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은 속이지 말라고 하셨다.
라일리는 자신의 불안과 그것으로부터 자신이 잘못한 선택들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간다.
나는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는 게 '사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과를 했는데 쟤가 속이 좁아서 받아주지 못해'라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사과는 사과를 받는 대상이 그 사과를 받아줘야만 진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타자로부터 완성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라일리는 좋은 사람이고 그것을 이미 알고 있던 라일리의 친구들은 라일리의 잘못된 행동, 불안감을 인정해주고 결국은 라일리와의 우정을 지켜준다.
마지막 순간에 기쁨이는 처음으로 라일리의 요청으로 인해 메인보드를 잡게 되고 자신이 생각했던 불안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모든 아픔들과 불안은 '기쁨'으로 승화되어 비로소 라일리 그 자체를 만들어준다.
"라일리는, 엄청 똑똑하고 하키도 잘하고 창의적인 데다 싫증은 내도 지루해 하진 않지!
가끔 비아냥대긴 하지만 못말리는 생각도 하고,
이따금 잘못된 행동을 하지,
때론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라일리가 되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사랑하지,
엉망이지만 아름다운 라일리의, 우리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