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순 Oct 26. 2024

삶의 목표와 꿈의 발견

<UP!>

이 작품은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간 부모님들을 울리는 작품이다. 영화는 주인공인 칼과 칼이 사랑하는 엘리가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두 아이는 다른 듯하지만 같은 모험가를 좋아하고 모험을 꿈꾸고 있는 아이들이다. 칼은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엘리는 쾌활하고 당찬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결국은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하는 모습을 단 몇 분만에 보여주고 결국에는 엘리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상대적으로 무뚝뚝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칼은 자신의 부족했던, 말랑말랑한 부분을 사랑으로 보살펴주던 엘리가 세상을 떠나자 더욱 무뚝뚝하게 변하고 마음을 닫은 상태로 삶을 살아간다. 


청년 시절, 엘리가 먼저 올라가 칼을 기다리던 언덕 배경의 모습은 높지 않은 건물들이 있지만, 나이가 들어 칼이 먼저 올라가 기다리는 같은 언덕 배경의 모습은 높은 건물들이 들어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풍경은 칼과 엘리가 함께 지었던 소중한 장소인 집 주변의 장소가 재개발되어 딱딱한 칼이 더 마음을 걸어 잠그게 하는 요소가 되어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칼의 무뚝뚝한 현실을 깨부수는 존재가 나타났으니 바로 엘리처럼 쾌활하고 동글동글한 성격을 가진 러셀이다. 러셀은 마음을 닫아버리고 딱딱해져버린 칼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다. 러셀은 동글동글하고 쾌활해 보이는, 엘리같은 성격을 가진 것 같지만 사실은 이혼 가정에서 자라 외로움이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칼은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멀어진 아빠와 함께 하고 싶어서 사람들을 도와주며 하나씩 하나씩 뱃지를 모으는 러셀의 진심을 알게 된다. 칼은 젊었을 적, 사랑하는 엘리와 처음 만났을 때 받은, 평생 차고 다녔던 '포도 소다 뱃지'를 러셀에게 달아준다. 뱃지는 두 사람에게 강한 연대감을 형성하게 만드는 다리 역할을 한다. 


나의 아버지는 자주 말씀하신다. 


"우리 삶은 언제나 최악을 피하고 차악을 선택해가는 과정이란다."


슬픈 말인 것 같지만 그런 뜻은 아니라고 말씀해주셨다. 


"세상의 모든 일이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술술 풀리는 순간이 왔을 때, 나의 노력이 언젠가 빛을 내게 되었을 때 우리는 자만에 빠지게 된단다. 그리고 어느 순간 미끄러지게 되었을 때 더 크게 자존감을 잃으며 무너지게 되지. 우리에게 찾아온 행운과 아름다운 삶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 삶을 바라본다면 그 어떤 일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업>을 보고 나오는 순간 아버지가 해주는 말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칼은 엘리와 함께 정말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꿈꾸던 장소인 파라다이스 폭포를 꼭 함께 보러 가자는 약속과 함께 꾸준히 돈을 모으지만 어쩔 수 없는 여러 사건들이 터지며 결국은 엘리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두 사람은 결국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가 말씀해오신 차악이다. 그리고 차악이라고 해서 엘리와 칼의 삶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칼과 엘리가 동경했던 모험가 '찰스 먼츠'는 칼이 자신의 내면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 마음을 굳건히 닫아버렸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페르소나와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칼은 수많은 풍선으로 집을 띄우기 직전에 주차를 하다 실수로 칼와 엘리가 직접 만든 소중한 우편함을 부숴버렸을 때, 상대방이 배려하는 것을 믿지 못하고 지팡이를 휘둘러 상처를 내게 된다. 물론 이것은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게 될 경우 우리는 결국 자기 합리화를 통해서 더욱 더 깊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타인에 대한 분노로 자신을 포장하게 된다. 자신의 모험을 통해 알아낸 것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찰스는 칼이 만약 러셀과 강아지와 도요새를 만나지 못했을 경우에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한 묘사라고 생각한다. 


칼은 러셀과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그가 열심히 다가오려고 했지만 그를 밀어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칼은 러셀과 함께하게 되며 많은 새로운 관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러셀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러셀이 쾌활해 보이는 아이인 것 같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 상처가 있는 것을 감추려고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온전한 관계가 된다. 그리고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칼이 처음 새로운 세상인 엘리와 만난 순간에 받았던 포도 소다 뱃지를 러셀에게 건네주는 순간이다.


칼은 엘리와 처음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함께 만들고, 평생을 살아왔던 집을 절대 팔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공사하는 직원을 다치게 만들고 어쩔 수 없이 양로원에 가야만 하는 순간이 와서야 엘리와 평생을 함께 했던 집에 수 많은 풍선을 매달아 집과 함께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하게 된다. 이것은 물론 그러한 사건이 있기 전까지도 할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만 할 때가 오자 칼은 그것을 시도하게 된다. 


우리는 마음 한 구석에 언제나 어릴 때부터 꿔오던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려서, 절대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등 많은 이유들을 내세우며 그것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죽을 것 같은 순간이 찾아와야만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그 꿈을 위해 달려가게 된다.


'이미 늦어버린 꿈이 있을까?'


어쩌면 '이미 늦어버린 것은 없'는 게 아닐까. 나의 엄마는 훌륭한 영어 학원 원장이었지만 그것을 내려 놓고 자신의 꿈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수만 권의 책을 읽고, 수십 권의 책을 발간하며 게으른 나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다. 가끔은 나보다 더 '청년'이다. 엄마가 영어 학원 원장이었을 때는 많은 수익이 있어 지금보다 풍족하게, 더 편안하게 살아왔지만 나는 '지금의 엄마'가 더 좋다.

 

나와 부모님의 관계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닌, 함께 삶을 개척해나가고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응원해주는 삶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를 마주칠 것이지만 우리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어떤 아픔도 헤쳐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과 처음 관계를 맺는 순간에는 많은 갈등이 있겠지만 진심을 다해 다가가려고 하거나, 받아들이려고 한다면 어떠한 사람이라도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칼과 러셀처럼. 나와 지구별 여행 도반이 된 나의 부모님처럼.

이전 03화 잃어버린 나의 재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