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엄마와의 관계는 나에게 매우 특별하다. 우리는 서로가 세상을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며, 언제나 서로를 응원하는 삶의 동반자다. 나는 어린 시절 뇌수막염으로 죽음의 위기를 겪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뇌전증과 같은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엄마는 나를 돌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주었다. 엄마는 작가로서 대부분의 글을 나를 위해 썼고, 나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을 글에 담았다.
이번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이 난해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세계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에게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통해서 어떻게 삶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지금까지의 작품중 가장 직설적으로 전달하려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마히토는 병원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후, 여전히 그 슬픔 속에서 살아간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여동생 나츠코와 재혼했지만, 마히토는 나츠코를 '아버지가 좋아하는 사람'으로만 여긴다. 마히토는 어느 날, 저택에서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발견하는데, 이 책은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남긴 글이었다. 이를 통해 마히토는 사랑의 메시지를 깨닫는다.
나츠코는 임신 중이며 입덧으로 고생하면서도 마히토를 진심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하지만 마히토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고, 나중에 왜가리에 이끌려 사라진 나츠코를 찾기 위해 이 세계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히미라는 소녀를 만나는데, 그녀는 사실 마히토의 어머니 히사코였다. 히미와 함께 나츠코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마히토는 나츠코가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를 구하려 한다. 이때 마히토는 그녀를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며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이 세계의 주인은 마히토의 큰할아버지로, 그는 하늘에서 떨어진 돌에 매료되어 그 돌의 힘으로 이 세계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점차 무너지고 있었고, 그는 마히토에게 '악의에 물들지 않은 13개의 돌'을 건네며 자신의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어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마히토는 밖에서 만들어 온 상처를 보이며 자신에게는 이미 악의가 있다고 고백하며, 현실 세계로 돌아가 살아가겠다고 결심한다.
작품은 현실 세계에서의 고통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히토는 큰할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고, 전쟁과 폭력이 가득한 현실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서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 결정을 통해 마히토는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살아갈 의미를 찾고, 삶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다진다.
히미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과거로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그 모습을 본 마히토는 히미에게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마히토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찾았다. 그녀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하며, 마히토에게 "마히토를 낳는다는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죽음과 고통이 있는 세상일지라도,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는 없지만, 작품이 끝나고 마음 속으로 되새김질 할 때 엄청난 폭풍을 마음 속에 일으킨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서 요네즈 켄시의 '지구본'이 울려 퍼지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한 곳에 모이며 엄청난 마음 속 울림을 일으킨다. 히미는 자신의 희생을 통해 마히토가 태어나게 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그녀는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
"13개의 돌을 남겼으니, 당신은 그 돌로 어떤 세계를 만들어가겠는가?"
"나의 세계는 끝났다. 이제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은 결국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남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마히토가 가족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마히토는 어머니의 사랑과 나츠코와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이 세계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길을 선택할 힘을 얻게 된다. 이 작품은 나에게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가족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마히토의 이야기는 내 삶과도 닮아 있다. 어린 시절의 병을 이겨내고, 엄마와 함께 어려운 시간을 지나오며 나 또한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했다. 엄마는 언제나 나의 곁에서 함께해주었고, 지금도 나를 응원해 준다. 영화 속 마히토가 자신의 삶에서 가족을 통해 길을 찾았듯이, 나 역시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내 삶의 방향을 찾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과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마히토는 어머니와 나츠코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고, 이 세계를 경험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선택할 힘을 얻는다. 사람들에게 많은 감명을 남긴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작품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남긴 13편의 작품, 악의가 물들지 않은 돌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던진다.
"그래서 이제 당신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