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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시장의 현재와 미래

#9 브랜드 기획자의 시장분석

by 걷는사람 개옹 Jan 31. 2025

이 글은 문구 시장과 소비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헤리티지에서 대중성으로


고급 문구류 시장(이하 문구시장)은 소비자의 니즈를 촉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은 이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헤리티지가 깊은 몇몇 브랜드들이 여전히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그 정체성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이들이 제안하는 가치는 현대적 감각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차별화된 입덕 포인트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구시장은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별개로, 어휘력 저하와 같은 사회적 문제 속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필요한 시장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한국시장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주체는 부재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형 플랫폼 또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문구시장에 숨겨진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그 문제를 다음의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젊은 리더십의 부재와 문구시장의 고령화


고급 문구류 시장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가구나 향수 시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와 함께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문구시장에서는 젊은 리더를 찾기가 어렵다. 시장의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이들이 없다면, 소비자의 관심은 점차 멀어질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고민했다. 과연 내가 이 시장에 남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문구는 더 이상 ‘코모디티’여서는 안된다.


문구를 단순히 소비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재 많은 문구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문구는 도구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는 입덕 포인트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한국 시장은 주입식 스토리텔링과 생산성 강제라는 독특한 정서를 기반으로 한 접근 방식에 열려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노동과 성과 중심적 사고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사회는 이를 마케팅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구성할 여지가 있다.


문구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소비자의 삶에 강제적인 쉼과 여유를 스며들게 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구를 통해 사람들이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짧은 순간이나마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스토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소비자들에게 문구의 필요성을 단순한 구매 욕구 이상의 것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다.


*코모디티(commodity)란 특별한 차별화 없이 대체 가능하며, 주로 가격에 의해 경쟁이 이루어지는 상품을 뜻한다. 이는 시장에서 동일한 범주의 제품으로 간주되는 특징을 가지는 곡물, 석유, 금과 같은 원자재가 대표적 예로 꼽히지만, 차별화가 부족한 소비재에도 이 용어가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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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시간을 만질 수 있는 물성


지금의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경제적 성장과 성과에 집착하며, 사람들은 삶의 본질을 잃고 속도에 쫓기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문구는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삶의 속도를 잠시 멈추고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게 하는 중요한 물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구를 소유하는 기쁨, 그리고 문구를 사용하며 느끼는 ‘컨트롤 가능성’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제공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기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흐름을 통제하고,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내는 매개체가 된다. 문구는 사용자에게 물리적인 도구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며, 정신적 여유와 안정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특히, 삶의 속도를 늦추는 행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작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문구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다시 정비하고, 일상의 흐름을 의식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


문구를 세련된 취향과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탈바꿈하려면 문구의 물성과 감각적 경험을 강조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팸베이스를 넘어 대중화로


문구시장은 현재 팬덤 중심의 팸베이스 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구 사용을 단순히 ‘필요’에서 시작해 ‘선택’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다시 ‘필수적인 문화’로 자리 잡도록 재정의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강제적 여유’와 ‘속도와 시간을 만지는 물성’이라는 키워드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며, 문구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각인시켜야 한다. 문구를 사용하는 행위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질을 향상하고 일상의 리듬을 조율하는 중요한 도구로 이해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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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베이스 시장에 의존하는 기존 페어들


문구시장의 새로운 비전


문구시장은 변화와 혁신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단순히 소비재로 머무는 것을 넘어, 문구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조율하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고와 과감한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구시장이 헤리티지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을 아우르는 새로운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바로 그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시점이다.







이 글은 국내 고급 문구류 시장에서 윙크를 운영하며 느꼈던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발견한 관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나는 이제 브랜드 기획자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두 번째 챕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구시장에 잔류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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