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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막사는 거 아니야 아니라구! 아니어야하자나!!

막살지 말고 잘 사세요..라고 말하는 188만 구독자 유튜버가 밉다.

PARIS 명품 구매 대행.

이 알바 안 한지도 꽤 되었다.

적어도 5년은 넘은 듯하다.


빠리 오페라 프랭땅백화점 샹젤리제매장

샤넬, 루이뷔똥 등에서 소소하게 지갑과 귀걸이 수십 개를 샀다. 가방들을 사기 위해 지갑과 귀걸이를 샀다고 하는 게 맞겠다.


La rue du Faubourg-Saint-Honoré

빠리 명품 거리 쌍또녹헤.

메트로 마들렌 역에 내려서

Hermes 에르메스 본점에서 가방을 사는 것으로

명품알바구매대행의 마침표를 찍었다.

들어가기 전에 카드를 받는 데 15 000유로가 혹시 넘어가면 사용할 현금도 함께 챙겼었다.

구매대기자가 요구하는 그 색깔 그 크기의 바로 그 picotin 피꼬땅 2개를 들어가자마자 단번에 한방에 산 날,중개인은 참으로 기뻐했었고 성과급까지 얹어 주었지. constance꽁스땅스나 가든파티 린디를 사도 나쁘지 않은 날이었고.

가방을 많이 보여주지 않는 날은 herbag헐백 roulis훌리스 에블린 볼리드라도 어찌어찌 사서 나왔다.

켈리나 버킨은 가죽이 맞지 않거나 잠금장치가 은장인지 금장인지 맞추기도 쉽지 않고 특히 무난한 색깔은 거의 다 팔려서 보여주는 색깔이 죄다 원색인 경우가 많아서, 그날 카톡으로 실시간으로 요청하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 그날 그 구매자의 입맛에 딱 맞는 그 켈리와 그 버킨은 구입해보지 못했다. 이걸 사면 기본 1000유로는 받을 수 있는데, 보통 한두 시간 구매대행을 하면 200유로 안팎으로 알바가 마무리된다. 어느 날은 카톡으로 요구하는 그 제품이 패브릭밖에 남지 않았고, 다른 가방은 구입의사가 없다고 해서 대행사 직원이 미안하다면서 50유로를 차비하라고 쥐어준 적도 있다.


지금은 에르메스가 저때만큼 귀하지는 않을 듯한데, 공급을 최저로 낮추는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간절함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던 그 무대에 직접 있어보면서, 가방을 보여주면서 무슨 심장이식 수술이라도 하는 양 양손에 하얀 장갑을 끼고, 한 장 한 장 포장지를 벗겨낼 때마다,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에르메스 판매직은 과거에 연극이나 영화배우를 꿈꿨던 그런 이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들의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다. 하기사, 가방하나가 2천만 원이라고 하면, 저 가격표에 저런 장인들의 퍼포먼스 한 땀 한 땀도 포함되어 있을 법하다.


나는 내 인생을 에르메스 가방을 만지는 연극 장인처럼, 진지함을 가득 손끝에 몰아서 행위예술하듯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가, 아니면 temu 사이트를 열고 싼 거니까 되는 대로 클릭해서 장바구니에 담듯이 될 대로 되라식으로 막 다루고 있는가. 물론 극단적인 대조법을 비유랍시고 사용하고 있는 이 문장은 어쩌면 비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뭣도 아닌 게 단단하게 자기 왕국을 만들어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코웃음을 치는 것을 보며, 저것들이 얼마나 우스워 보일지.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도 하고, 모든 인생이 정답이라고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필요도 없고 서로 적대시할 필요도 없다. 그냥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대로 그냥 살아가는 거고, 너무 많은 의문부호는 내 삶에도 그렇고, 타인의 삶에도 붙일 이유가 더더욱 없다. 쌩고생하다 보면 그때 되어서 스스로 깨달을 뿐이고, 선택에 대한 그 책임도 자신이 스스로 풀고 가야 할 것이다.


인생을 희극으로 살지 비극으로 살 지

이런 것도 제발 묻지 말라.

이미 이렇게 생겨먹었는데,

뭘 어쩌라고?


그래서. 울면서 짜쳐 있을까 저기 저 구석에서?

- 어림없지. 누구 좋으라고!


그 어느 누구가 잘살고 싶지 않을까?

막사는 것같이 보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들 이렇게 살고 싶어서 이리 살까
나도 잘 살고 싶지
나도 잘 살고 싶다고!

화를 내려던 건 아니다.


단지

화가 났다.

뭐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서.


어디선가부터

어쩌면 처음부터

단단히 꼬였던 거


맞지.


그래도!!!


또 어떤 유튜버는

그런 걸 풀어내며 사는 게 인생,

그렇게 이 삶을 살아가면 되는 거라더라

그놈의 유튜브 유튜브 유튜브!!!




꼬이고 꼬인 그거

내가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자기꺼 자기가 제일 잘 알겠지요.


오늘도 풀고

내일도 풀고..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히 최대한 또 내려놓고..


심호흡 한 번 크게하자

4-4-7

코로 들이마시고 4초

그 숨을 머금고 또 4초

입으로 파아아아아우싸 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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