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 브런치 목욕탕 세신하러 온 날. 그 이후

영혼을 돌보는 브런치글쓰기목욕탕 작가님들과 함께했던 지난30일에 감사하며


안녕하세요.


묵은 때가 많아서 브런치 목욕탕을 찾은 지 오늘로 딱 한 달째가 되었습니다.


밥 벌어먹고 살겠다고 책 읽고 쓰는 것을 해본 적이 없던 내가, 이번엔 또 한 번 살아보겠다고 안 하던 짓을 하러 온 거지요. 그런데 때를 혼자 밀기가 쉽지 않아 포기하려고 하는데 많은 선배 때밀이 작가님들께서 제 등짝을 딱 잡아주셔서 그덕에 한 달을 버텨냈습니다.


이쯤 되면 용서도 하고 화해도 하고 마음도 가벼워지고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요?


네, 아침을 먹을 때였어요. 오늘이요. 남편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침부터 중얼중얼하며 부정적인 에너지를 저와 아이에게 강제 장착시키네요. 언제나처럼요. 근데 오늘은 아주 예외적으로 듣는 시늉을 하면서 두어번 맞받아쳐주기도하고 눈도 좀 마주쳐주고 서너 마디 말도 나눠줬어요. 출근할 때 입도 맞춰 주었습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이가 이 작지만 큰 변화를 단박에 알아채더라고요. 아이가 행복해하더라고요. 목욕탕에 안 왔더라면 없었을 변화예요.



굳이 불나방이 될 필요는 없잖아..인생은 짧은데? 나는 용서하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데, 상대방이 계속 날 절망의 구렁텅이에 집어넣는 부정적이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이며 나를 병들어가게 한다면? 인간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진리가 내 목을 조른다면? 점점 나아지고 있으니 아까워서 고지가 저기인데, 확실히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보자 하다가 자신조차 아픈 사람이 되어 버린다면?


그들도 그런 이유가 있다. 그랬을 것이다. 설마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을까. 아님 자각이 안될 정도로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보다. 그들을 나쁜 사람들로 만들지 말고, 그냥 지나간 일은 지나간 그대로 그렇게 손에서 마음에서 놓자. 용서해 보자. 아프거나 부적절한 것들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들은 누군가의 용서보다는 치료를 우선 받아야 한다니까 한번 더 권유해 보자, 그러면 될 거야.. 하고 되뇌면서.




다음 달이면 결혼 10년이에요. 버티기 힘든 나날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앞이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좀 더 인내해보려고 합니다. 피부는 28일 주기로 떨어져 나가서 '때'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단 좀 더 버텨보고 싶어요. 조금은 전과 다르게. 때가 쌓이고 쌓여서 눌어붙을 때까지 두지 않고, 때밀기를 통해서 깨끗하고 가볍게 생을 살아보려 노력해보고싶어요. 이제는.


아이는 최초의 어른의 모델 두 사람의 말과 행동 표정과 습관.. 모든 것을 보고 답습하고 있죠. 이미 학습한 부분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껏 인풋보다 앞으로의 인풋에 좀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려움에 당당히 맞서고 이를 극복하고 변화된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제 아이의 유년시절의 마지막 기억이 화 원망 슬픔 고통 불안 절망 등의 감정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이겨낸 승리와 함께한 영광 뿌듯함 환희의 그것이었으면 좋겠어요. 천둥번개가 치고 돌들이 이곳저곳에서 날아오고 숨을 곳도 없는 상황이 와도 온 몸으로 막아낼거에요. 함께 이겨낼거에요. 저는 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요. 인간본연의 미소를 회복하고 화해의 장에서 호탕한 웃음을 짓는 작은 가정을 지켜가고 싶어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세신 활동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고 싶습니다.


작가님s!

그 곳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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