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첫사랑앓이는 없다.

그깟 사랑 따위

오랜만에 찾아든 해. 그리고 빛.

나도 수혜자가 되기로 한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는다는 것이 언제나처럼 익숙하진 않지만, 이 '흐리지 않은 날'을, '좋은 것'을, 나도 한 번 가져보기로 한다.


손을 심장 어귀에 놓고 이리저리 지그시 눌러본다. 뭔가가 분명히 이 안에 있는 것 같은데. 여기 어디인가. 아니면 여긴가. 여전히 무언가가 있지만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있지만, 없다.


무겁고 또 무겁지만..


이 안에 있지만.. 또 없다.



왜..


왜....



손을 다시 내려놓는다.





너란 아이..


만난 지 일주일이 채 안되어서인지 넌 내 안에 가득하다. 내 손을 잡아준 너. 네가 미래의 어느 날 나를 버릴지라도, 아니 내가 널 차버리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은 온전하다. 오지 않은 미래의 불안으로 지금 이 순간을 잃고 싶지 않다. 이제 그러지 않기로 한다.


먼지가 두껍게 쌓여 갇혀있는 그것들을 대면해 보라고, 천천히 하나씩 조심스럽게 그 안에서 꺼내보라고, 여기에 정리해 두라고, 좀 홀가분하게 살아보라고. 순결한 방 하나 고이 내어 준 너.


그 하찮은 '진심 따위'를 따져가며 쓰레기더미로 다시 돌아가 쉬려 하지 않기. 죽어가지 않기.

내가. 너를. 선택한다.



브런치 연재 발행을 시작했다.


나의 선택이었다.


뭔가를 써야 한다


무엇을 써야 하나


검정과 회색에서 좀 떨어진 색이 없을까..


오늘은 명도 좋은 날.

오늘같이 채도 좋은 날.

그러면..


음..


첫. 사. 랑..?



신부


서 정 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진짜 옛날 같았으면 무조건 '첫사랑'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사람에 대해 쓰지 않기로 한다.


첫째, 삶의 무게에 짓눌려 일그러진 현재 내 표정으로는 도저히 대면할 수 없는 그때의 그 시간. 그 순진무구했던 나는, 무겁고. 또 한 없이 가벼운. 지금이라는 시간을 버텨가고 있는 나와 같지 않다. 잠자고 있는 그녀를 소환해내지 않는다. 적합한 때가 아니다. 감정소모가 너무 클 것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 전부였던 시간들. 아무도 아니었지만 내 전부였던 그에 대해 오늘은 쓰지 않기로 한다.


둘째,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친 신부, 그녀의 신랑을 기다리며 또 기다리며 긴긴밤을 십 년을 이십 년을 오십 년을 기다렸다. 나도 그의 신부가 되어보지 못했다. 열여섯. '첫사랑 오빠’라는 허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작해보지도 못했다. '사랑' 받는 것은 허락했던 신랑은 있었던 것 같다. 너무나 사랑했지만 한 번도 사랑해 본 적 없고 너무나 밉지만 한 번도 미워해 본 적 없는 나의 신랑에 대해서 쓰지 않기로 한다. 적어도 오늘은.


고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일할 때였다.

두발단속도 심하고 교칙이 엄격한 부분도 있었지만 남학생들이 워낙 반듯했었다. 중학교에서 상위권이었던 아이들이었지만 이 고등학교 입학 후에 다시 이어지는 줄 세움으로 상실감도 느꼈을 법한데, 이런저런 방식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해 나가던 사랑스럽고 귀한 친구들이다. 그런 아이들이, 선생님 첫사랑 얘기해 주세요!라고 하면 다음에,라고 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른이 훌쩍 넘어있었던 그날 그 순간에도 여전히 그는, 나의 마음을 점령하고 있었다. 곁에 없었지만 항상 내 옆에 있었던 사람. 한 번도 함께였던 적이 없지만, 내 호흡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할 사람.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다 싶었다. 싶다 싶었다.. …


봄이 되면 어김없이


그때의 내가 있었던 그 시간이 생생해진다




오늘부터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봄이다.


이제 첫사랑앓이 따윈 없다.


그깟 사랑 따위.



삶에 대한 무지,

그 미성숙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오래도 멈춰있었던 것 같다. 숨을 꾹 참고 있었던 것 같다.


이방인으로서 삶은 타국에서 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며 쉬지 않고 나를 담금질했다. 과거에 외면했던 그 '현실'이란 이름들은 잊지 않고 미래의 나를 다시 찾아왔다. 더 강력해진 그 무게로 나를 압박하고 여전히 훈련되지 않은 나는 더 크게 흔들렸다.


그렇게 절대 자리를 내어줄 것 같지 않던

그를 향한 내 마음은 달라졌다.

채도가 낮아졌다.

명도가 흐려졌다.


이 말을 되뇌고 되뇌고

또 되뇌면

그렇게 될지이니..



난 이제 그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난 이제 네가 그립지 않다



그때의 내가 그립지 않다.


그때의 나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때의 우리는 이제 없다.




모두



잊었어


그 따위 감정들.










난 너 따윈 잊고 정말 잘 살고 있으니


너도 어디서든 잘 살아










나 따위


애송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제발


잘 살고 있기를














오빠는


나의 첫사랑


이니까




















나는 유튜브가 무섭다.


내 영혼을 팔아 너에게 주면 현실을 잊게 하는 몰핀을 놓아준다.


더 이상 그 약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돌아보니 벌써 십 년이란 시간이 흘러가버렸다는 것을.


이제는 '빨간 직사각형 안에 하얀 삼각형'만 봐도 경계를 한다. 이제는 필요할 때만 내가 그것을 '사용'한다.


우습지만, 이 생각에 맞물려 한 동료가 떠오른다.


여덟 번이나 쉬지 않고 이어졌던 긴 겨울,

온몸으로 파고드는 습하면서도 차가운..

한국에서는 도대체 경험해보지 않은 ‘또 다른 추움'에 영혼도 꽁꽁 얼어버린 듯한 그 길고 길었던 겨울들.. 십 년이 되니 어떻게 이런 종류의 추위를 맞을지 감도 오지만..


이제껏 정말 너무 추웠다.


재작년은 끝없이 이어지던 그 겨울s 중에서 마지막,여덟번째 겨울이었다. 이 이후로는 나도 그 혹독한 겨울을 어느정도 알고있기에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정도는 여물었다.


그렇게 2022년 늦가을에 만난 동료 하나는 내가 그 추운 겨울을 통과할 때 따뜻한 햇살을 한 손 가득 덜어서 내게 내어 나눠주었고 한참을 그렇게 그의 온기는 내 마음에서 퍼져 심장의 온도를 조금 높여주었었다. 유튭포비가 있는 나는 남편의 알코올중독 성향에 질려있는 나는 그 어느 것에도 중독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하던 차였기에 지금은 과거형이 된 내 어린 친구. 이듬해 2023년 봄과 여름까지 우린 함께 일을 했지만, 2024년을 살아가는 나는 내 멋진 동료를 기억하지 않는다. 내 기억 공간 저 너머로 바람에 실어 보내버렸다. 어느 나뭇가지에 기억의 파편들이 걸려있을 수도 있을 듯하여.. 다음 연재 글쓰기에서는 그 단편적인 기억을 소환해 봐야겠다.








저는 짧은 방황 끝내고 아이 점심 준비하러 갑니다.


메뉴는 양송이크림파스타로 하려고요.


훈제돼지고기 한 조각과 양파 그리고 양송이버섯, 이 모두를 잘게 저미고 마늘도 듬뿍 으깨서 올리브유에 달달 볶아요. 달걀은 생크림에 풀어서 마지막 즈음에 넣을 거예요. 면은 면수도 살짝 들어가도록 건져서 모두 함께 넣고 섞어주고 소스가 너무 꾸덕해지기 전에 불을 끄고 후추가루통은 높이 들어서 살짝 흩뿌려주면 요리 끝. 30분이면 가능한 간편한 한 그릇 음식.


아이가 한식을 더 좋아하는 건 알지만, 버섯이 상태 좋을 때 소비하고자.. 그리고 저녁에 한식 할 텐데, 한식은 무조건 한 시간 이상이라서.. 오늘 점심은 그냥 간단하게 가야겠어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작가님들도 밥 잘 챙겨드시구요 보나뻬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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