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날로그 세대입니다. 아날로그에서 출발해 디지털 세계로 들어왔고, 이제는 디지털 없는 삶을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손에 쥐는 것도 휴대폰이고, 잠들기 전까지 곁을 떠나지 않는 것도 휴대폰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잠시라도 휴대폰이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마도 심한 금단 증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이 만능의 디지털 기기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의자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휴대폰이 없던 시대를 20년이나 살았습니다. 집에서는 유선 전화를 사용했고, 밖에서는 공중전화를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집에서도, 거리에서도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이 곁에 있습니다. 제 손안에 작은 세계가 잇고 어느 곳이든 빠르게 접근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누구와도 즉각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아는 사람의 범위가 매우 좁았고 인사를 나누고 이름을 알아야 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이름을 몰라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쉬운 관계 맺기는 관계에 더 깊숙이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의 낯선 이와도 연결이 됩니다. 항상 언제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안심이 됩니다. 구독, 좋아요, 댓글을 통해 소통하며 타인의 삶에 몰입하고, 동시에 나의 삶도 관심 받기를 원합니다. 디지털은 빠른 연결과 즉각적인 피드백을 가능하게 했지만, 혼자만의 사색과 자기 성잘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가장 창조적인 순간은 고독 속에서 자신을 마주할 때 발휘됩니다. 하지만 관계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내면의 목소리를 잃은 채 방황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디톡스'를 통한 아날로그 감성의 회복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하루 단 한 시간이라도 디지털을 내려놓고 고독을 선택하는 시간은 자기 성찰과 내적 성장을 이끄는 열쇠가 됩니다. 필사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내면을 찾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좋아하는 책의 문장을 펜으로 옮겨 적는 과정은 손과 머리를 함께 깨우며, 디지털 감성에서 아날로그 감성으로 옮겨가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디지털은 점점 더 깊숙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상 디지털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모든 소음을 닫고 고독의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속에서 아날로그 행동은 잠든 감각을 깨우는 각성제가 됩니다. 디지털 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자기 자신과 대화할 때, 비로소 진짜 자아와 마주할 수 있습니다. 혼자는 외로움이 아닌 선택된 고요이며, 긍정의 외로움 입니다. 내면을 충만하게 하는 것은 결국 고독한 순간입니다.
디지털 디톡스로 선택한 고독은 불행이 아닙니다. 아날로그 감성을 깨우는 열쇠이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