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한평생 자기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갑니다. 가족, 친구, 선후배, 연인의 관계를 떠나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하면 조금 더 쉽게 친해지고, 그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이어갑니다. 종교나 정치적 성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생각이 같고 사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선택하고 어울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이 같음’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교, 회사, 동아리 모임 등에서 관계가 이어지는 이유 역시 같습니다. 관심사가 겹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이상과 꿈이 있어야 깊은 유대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집단을 이루기를 좋아합니다. 인터넷 속 수많은 모임이나 단체 채팅방도 결국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결만 좇다 보면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성장이 멈추게 됩니다. 익숙한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며 불편함은 배척하고,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지요.
종교와 정치는 특히 첨예하게 갈리는 영역입니다. 서로 한치의 양보 없이 상대를 비난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옳고 그름으로만 재단합니다. 이렇게 편 가르기와 배척은 관계를 악화시키고, 결국 나와 같은 사람들만 더욱 단단히 묶어 두게 됩니다.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하려 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조금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귀를 닫고 거부하는 대신, 다름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태도에서 성장의 길이 열립니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열린 마음의 소유자라 믿습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한다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나와 다른 결을 배척하고 소외시키려는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본성에 머물러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성장하려는 노력과 배움을 통해 우리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반대하기보다 그들의 의견 속에서 배움을 찾는다면 변화와 성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서가 아니라, 결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생각이 흔들리고 깨지는 경험을 통해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전까지 제 주변 사람들은 늘 비슷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래된 친구나 회사 동료들은 과거의 성격과 가치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었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만남의 자리에서는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나와 결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글을 읽고 제 글을 나누며, 다름 속에서 매일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결이 다르다고 해서 방어벽을 치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이고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변화를 만듭니다.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먼저 다가가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그들도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에 공감해 줍니다. 그렇게 서로의 장벽을 허물어 갈 때, 우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동시에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