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악장, 하나의 오케스트라
근래에 미슐랭에 선정된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에 방문하였다. 그동안 레드리본, 블루리본에 선정된 레스토랑은 많이 방문해 봤는데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었다. 개인 취향 차이 일 순 있지만 대부분이 '아 괜찮네' 정도에서 머물렀고 별 다른 큰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듯 환하게 웃으며 홀 서비스 팀원은 나를 맞이하여 주었다. 안내를 따라 들어가자 내가 예약한 바 테이블에 나를 안내해주었다. 나는 바 테이블이 있다면 반드시 바 테이블을 예약한다. 주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재미도 있고, 무엇을 다르게 하는지 찾아내는 재미도 있고, 홀 서비스 팀원들은 어떻게 이야기하고 움직이는지 듣는 재미까지 홀과 주방의 경계선이자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내 자리에는 칼각으로 정돈된 식기와 물컵, 와인 잔 까지 세팅되어 있었다. 메뉴 설명을 듣고 주문을 한 뒤 난 늘 하던 대로 관찰을 시작하였는데,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동안 봐온 주방은 (심지어 내가 일하는 주방까지) 소음은 불가항력 적 요소라고 생각해 왔다. 기물끼리 부딪히는 소리, 상황을 주고받는 목소리 등등 필연적으로 새어 나오는 소음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을 철저하게 깨 부수어 주었다. 분명 나는 주방에 맞닿아있는 자리에 앉아 바로 앞에서 직관을 하고 있었고, 오픈 키친이었음 에도 불구하고, 오더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귀에 거슬리는, 쨍하게 들어오는 어떤 소음도 없었다. 분명 서로 대화를 하고 움직이는데 마치 '주방의 소음은 절대 홀로 나가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오더를 내려 줄 때 그들의 입은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접시를 세팅할 때와 조리를 할 때 그 어떤 '달그락'하는 소음도 일절 들리지 않았다. 주방 팀원들 뿐 아니라 홀 서비스 팀원들 까지 굉장히 빠르게 움직였지만 마치 무용을 하 듯 우아하고 차분하게 움직였으며, 그 중심의 총괄 셰프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모든 상황을 조율하고 있었다. 내가 추구하던 서비스 상이 내 앞에서 행해지는 것을 보자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은 마치 주문이라는 하나의 악장을 두고 움직이는 하나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듯하였다. 순서대로 나오는 음식은 늘 내가 보는 방향으로 아름답게 놓였으며, 음식 설명과 의견을 물어볼 때 말고는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고 심지어 이때 목소리는 크고 또박 또박이 아닌 차분하고 우아한 듯 고요하게 가라앉아 집중할 수밖에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해 주었다. 물의 빈 잔은 항상 채워주며 식기와 사용한 티슈는 어느 순간 교체되고 사라져 있고, 이 모든 것을 총괄 셰프는 살피며 지휘하고 있었다. 음식들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봄의 향연이었고, 먹을 때마다 웃음이 나오는 즐거움, 셰프의 의도가 모든 디쉬에서 전해지는 거기에 우아한 움직임들 까지 근래 경험한 다이닝 중 가장 완벽한 다이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고, 한 달만 여기서 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뒤 따라오는 '아니 그럼 미슐랭 3 스타는 도대체 이보다 얼마나 더 완벽하고, 우아하고, 맛있다는 걸까?'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서비스 업을 행하는 브랜드라면 나는 이런 경험을 고객에게 선사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럼 모든 서비스 브랜드가 저렇게 우아하고 고상하게 해야 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거야?'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경험은 무작정 친절하고 우아하고 고상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바로 그 공간의 모든 것 에서 그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서비스와 그에 맞는 모든 것을 경험시켜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위에 이야기 한 다이닝은 '모던 한식 파인 다이닝'이었고, 그들의 브랜드 명은 우아하고 고상한 뜻을 담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 그 공간부터 음식과 더불어 팀원들의 모든 움직임과 공간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 작은 기물과 심지어 화장실까지 모든 작은 요소들에 자신의 브랜드 뜻을 담았고, 오감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느낄 수 있게 모든 것을 의도하고 설계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서비스 브랜드 업장이 가져야 할 모범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자 만약 어떤 식당이 추구하는 바가 '편안함'인데 그곳의 팀원들은 늘 사무적이고 경직되어 있고 딱딱하고 어딘가 불편해한다면 과연 그곳을 방문하는 고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까? 반대로 어느 커피숍이 추구하는 바가 '우아함과 고상함'인데 그곳의 팀원들은 유니폼은 다 풀어헤쳐 입고 있고, 안 씻고 나온 듯한 꼬질한 모습에 슬리퍼를 끌면서 놀면서 일하고 있다면 과연 그것을 느낄 수 있을까? 즉, 어떠한 브랜드의 콘셉트를 그 공간 안에 모두 녹여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앞서 몇 번 강조하였지만, 고객들은 단일 상품 자제 만을 기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물며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추천을 할 때도 '나 운동할 때 입고 신을 편안한 거 찾고 있는데 어디 브랜드가 괜찮아?' '뭐 나도 잘 모르는데 운동하고 그러면 나 X키 아니면 아디 X스 아닌가?'라고 하던가 '오늘 점심은 간단하고 빠르게 먹고 싶은데 뭐 먹을래?' '그럼 뭐 만만한 게 맥도 X드 햄버거 아니겠어?'라고 한다. 누군가 '오늘 점심 뭐 먹을까?'라고 물어봤는데 '오늘 브랜드가 뭐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거기 메뉴판 2번째 줄 5번째 메뉴 먹으러 가자'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그 메뉴는 천상의 맛임에 틀림없다. 그 브랜드 안에 있는 특정한 단일 상품을 기억하여 이야기하기보단 그 브랜드 전체의 콘셉트와 특징을 기억하여 이야기하기 때문에 고객이 우리 공간, 매장에 방문하였 을 때 상품의 퀄리티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브랜드는 이런 브랜드입니다' 하고 각인시켜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객은 '아 여기 브랜드 되게 가성비 있고 괜찮아 / 되게 편안하고 친절해 / 기분 내기 좋은 곳이야' 등등 우리의 브랜드를 기억해 주는 것이다. 이 글을 기억하고 어딘가 고객으로 방문할 때 한번 주의 깊게 관찰해보자 손님이 바글거리고 유명한 곳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요소들이 녹아들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