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모습의 중요성
디자인에 있어 가장 기본 되는 3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점, 선, 면이다. 점들이 보여 선이 되고 선들이 모여 면이 되니 세상 모든 물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우리의 주위를 둘러봐도 모든 것이 이 3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어색하거나 낯설거나 존재치 않게 된다. 이를 알고 있는 우리 디자이너들은 이 3가지 요소를 적극 활용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소비자로 하여금 느끼게 한다. '점'적인 요소가 많이 넣어 귀엽고 둥글둥글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효과를 전달해 주고, '선'적인 요소를 이용해 흐름을 나타내거나 속도감을 나타내거나 예리함을 나타내고, '면'적인 요소를 활용해 공간을 형성하고 장엄함을 연출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나타낸다. 이렇듯 어느 한 곳에도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지 않고 만든 것은 없다. 칼을 한번 상상해 보자. 흔히 '칼'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끝이 뾰족하고 날카롭고 예리한 직각 삼각형 형태의 셰프 나이프를 떠올린다. 하지만 만약 어느 디자이너가 '아 난 칼이 위험하지 않고 부드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전달해야겠어!' 하고 '점'적인 요소를 잔뜩 집어넣어 둥글둥글한 칼을 상상해 보자. 굉장히 둥그럽고 귀엽고 짜리 몽땅 하게 생겼다. '디자이너의 의도가 정확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되었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이 있다 바로 '칼'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칼을 어디에 쓰는가? 집안을 장식하기 위해 디피용으로 사용하는가, 밥을 차리고 재료를 손질하고 택배를 뜯을 때 사용하는가? 100명 중 99.5명은 후자일 것이다. 그렇다 칼은 무언가를 썰고, 자르기 위해 사용한다. 만약 칼이 둥글둥글 귀엽게 생겼다면 과연 그것을 소비자가 구매할까? 바로 옆에 진열된 샤프하게 생긴 칼을 구매하지 않겠는가? 흔히 '보이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 내면이 중요하지'라고 이야기한다. 모순 중에 모순이다. 별 모양으로 생긴, 원형으로 생긴 칼이 아무리 날카롭고 잘 베어진다고 한들 소비자가 그걸 사서 써보기 전까진 알 방법이 없다. 소개팅에 나갔는데 상대방이 부처의 환생이라 할 정도로 내적으론 완벽한 사람이지만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머리는 덥수룩하게 어제 감은 듯하고 방금 일어나서 나온 느낌의 꾀죄죄함을 풍기고 다 떨어져 가는 슬리퍼를 신고 나온다면 그것을 알 기회가 과연 있을까? 어떤 상품이던 사람이던 그 실질적인 가치를 알리는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손님으로 서비스 업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보자. 메뉴판을 보던 진열된 상품을 보던 예시 이미지를 보던 어떤 브랜드를 방문하던지 우리의 눈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은 바로 그 상품의 포장이다 즉 겉모습이다. 손님들에게 있어 포장(겉모습)은 우리의 서비스, 상품을 소개해주는 소개팅 주선자이다. 어떤 상품은 '나는 부드럽고 귀여운 이미지예요'라고 이야기하고 어떤 상품은 '나는 강인해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라고, 어떤 상품은 '나는 굉장히 실용적이에요'라고 손님들에게 진열된 상품이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요식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늘 깔끔하고 정갈하게 옷차림을 하여 '우리는 깨끗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다'라는 이미지를 손님들에게 전달하고자 하고, 손님을 직접적으로 응대하는 사람들은 늘 미소를 짓고 밝고 단정하게 차림 하여 '나는 당신에게 우리 상품을 친절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이 무언가를 기억할 때, 특히 인간이 인간을 기억할 때 더더욱 그 사람의 목소리가 어땠고, 성격이 어땠고, 눈 코 입은 어디쯤에 있었고, 점은 어디에 있었고 등 등 하나하나 기억하지 못한다. 전체적인 모습을 눈이라는 카메라로 '찰칵' 하고 찍어 하나의 큰 '인상'을 무의식에 기억하고 이것이 해당 사람과 상품에 대한 '첫인상'이 된다. 동물들에게 이 첫인상의 효과는 꽤나 강력하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인간도 마찬가지다.
겉모습만 중요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실도 굉장히 중요하다. 첫인상으로 손님을 끌어당겼다면 그 후 2번 3번 끌어당기는 것은 바로 이 내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겉모습만 '화려하고 이쁘게'하면 된다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앞서 칼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지만 자신이 판매하고자 하는 서비스와 상품에 어울리는 겉모습을 가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힌다면 마트를 한번 둘러보면 된다. 특히 식자재 코너가 그 겉모습을 잘 갖춰놨는데 정육 코너는 붉은색 간판에 붉은색 조명을, 해산물 코너엔 푸른색 간판에 푸른색 조명을 야채 코너엔 초록색 간판에 초록색 조명을 적극 활용하여 고객들이게 '우리 여기서 이런 거 팔아요'라고 이야기하고, 야채는 더 싱싱해 보이게, 해산물과 고기들은 더 신선해 보이게 한다. 이 겉모습의 효과는 상당히 강력해서 이 코너별로 조명과 간판의 색상을 서로 바꾼다면 소비자들은 혼란이 오고 소비 심리도 급격하게 저하된다. 상상해 보라 우리가 만약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고 싶어 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갔는데, 정육점이 푸르스름한 애매한 조명과 비슷한 느낌으로 고기를 포장해 놨다면 그것을 과연 사고 싶을까? 방금 상상했는데 일단 나는 못 사 먹을 것 같다. 겉모습'만' 갖추는 것은 효과가 없다. 이 보이는 모습을 내가 판매하고자 하는 것의 본질과 목적을 녹아들게 하고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꾸민다면 손님에게 보이는 이 '첫인상'은 두 배, 세 배로 좋아지고 그것이 곧 우리 브랜드의 매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