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를 받아주는 회사가 있어 근근이 먹고 삽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는 불안하고 화창하지 못합니다.
저 멀리 하늘이 맑은지 어두운지조차 구별하지 못하는데 비가 오는 걸 알 수 있을까요? 하물며 슈퍼컴퓨터가 장착된 기상청조차도 날씨를 맞추기 어렵다 하는데 우리네 인생 또한 아니 그러할까요? 내 미래는 그토록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진취적으로 살려고 늘 노력 중입니다. 아등바등하며 살아온 30대의 끝자락. 그리고 내년에 닥쳐올 40살이 두려워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뭔가 글을 쓰고 있으면 내 마음 어딘가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지금부터 써볼 이야기는 20대 첫 직장을 관두고 이어져온 '면접러시'에서 잊지 못할 몇 가지 '실화'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선 짧게나마 찍먹(?)도 해보고 쓴맛도 보고 달콤한 것 같았는데 깨물어보니 쓴맛이 나던 직장도 있었기에 꼭 써보려 합니다.
아시죠? 면접 때 모든 걸 물어볼 수는 없고, 그러기에 속아서 취업하는 경우가 참 많다는 것.
대기업만큼의 심층적인 교육도 없고 인원도 없으며, 화창한 비전 또한 제시되지 않은.. 하늘을 투영하는 강 같은 평화조차 없는 중소기업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시간의 순서는 뒤죽박죽입니다.
초조했다. 잡플래닛 같은 먼저 퇴사해 준 이들의 서늘한 기운이 남은 기업의 리뷰를 들여다보며 기업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내가 취업에 도전하던 당시엔 직장의 온도를 먼저 체크해 보는 시스템이 없었다. 그러기에 이력서는 도전장에 가까웠고 중소기업은 내가 던진 도전장을 받아 쥐는 챔피언 방어전에 가까웠다.
"또 어떤 구직자가 우리 회사를 두드릴까?"
아마 회사는 이런 심정이리라.
잦은 추노(원래 뜻은 도망친 노비를 잡아다 주는 뜻이지만 요즘은 근로자 스스로 도망가는 행위의 은어로 더 많이 쓴다)가 이뤄지는 직장일수록 구직자에 대한 의심이 짙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에 구직자 입장에선 황당할 정도의 질문세례가 이어지기도 한다.
20대 후반의 나는 대기업의 문 앞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다시 올라갈 자신이 없었기에 옆에 있는 중소기업이라는 정글짐을 향해 걸어갔다. 무작정 아무 직장이나 두드리는 건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기에 조심스레 기업의 홈페이지도 들어다보고 정성스레 읽어보고 괜찮다 싶은 직장에 열심히 내 도전장을 투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낯선 휴대폰번호가 휴대폰에 찍혔고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두 손으로 공손히 움켜쥐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예.. 예.."를 외쳤다.
이상하게도 이 회사는 면접시간을 오전 8시 30분으로 잡았다. 마치 자기네들 출근시간에서 커피 한잔을 딱 때리면 정확하게 그 시간이 될 것 같았고 구직자 입장에선 출근시간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시간대이기도 했다.
바꿔 생각하면 입사가 결정되지도 않을 회사에 교통정체를 겪으며 간다는 것 자체가 몹시 스트레스였다.
한편으론 구직자를 배려하지 않는 회사의 시스템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아 나 스스로 회사의 점수를 매기곤 했다.
회사가 원하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빡빡한 교통정체를 헤쳐 나와 회사 앞에 도착했다. 주차 자리가 없어 두어 바퀴를 빙빙 돌다 어렵게 주차를 시도하고 차에서 내려 옷을 한차례 점검했다. 사실 주차 자리가 없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감내할 스트레스를 반증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깊게 한숨 들이키고 회사를 향해 걸어갔다. 정문을 지나 좌측의 빨간 벽돌로 지어진 '사무실'이라는 글자를 보고 발길을 돌려 조심스레 유리문을 열고, 우측에 보이는 나무문 위쪽으로 또 '사무실'이라는 글자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