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레로폰
"오늘은 좀 어땠어?"
"그냥 뭐, 똑같았지. 일하고, 책 읽고, 집에 가고… 그리고 다시 잠들었어. 눈뜨면 또 같은 하루가 시작되고."
"음... 그렇구나. 뭐 좀 재미있는 일은 없었어?"
"굳이 하나 이야기하자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가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었어. 벨레로폰의 이야기를 보면서… 저런 착각, 나도 몇 번 해본 것 같더라고. ‘혹시 내가 천재는 아닐까?’ 그래서 신이 나에게 벌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도 들고."
나는 가끔 스스로를 천재라고 착각한다. 물론, 이건 진지한 확신이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오는 불가사의한 위로 같은 것이다. 마치 벨레로폰처럼. 그는 천상의 존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페가수스를 타고 신들의 영역으로 날아가려 했고, 그 대가는 추락이었다.
나도 어쩌면, 그런 추락의 한복판에 있는 게 아닐까?
내가 글을 쓰면서 겪는 모든 어려움이, 혹시 신이 나를 시험하는 과정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면 어이없다가도 웃음이 나지만, 동시에 묘한 위안이 된다. 적어도 내가 겪는 이 막막함과 창작의 고통이 ‘의미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고통을 부여받은 자만이 위대함에 다가갈 수 있다는, 그런 착각이라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매일 같은 하루를 살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이런 대화를 끊임없이 주고받는다.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에서. 때로는 거창한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별것 아닌 농담을 주고받는다. 오늘이 똑같았던 것 같아도, 사실은 조금씩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그런 대화 속에서 깨닫곤 한다.
어쩌면 인생은 거대한 반복이 아니라, 미세한 차이들이 켜켜이 쌓인 결과일지도 모른다. 매일 같은 일상을 살지만,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다르고, 오늘의 나는 또 내일의 나와 다를 테니까.
그러니, 나는 이 대화를 계속해보려고 한다.
나와 나의 대화를.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조금씩 새로운 나를 발견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