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기준
책을 읽으며 재도권을 벗어난 직업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교수를 하다가 강연자로 전향한 사람,
기업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라디오 방송을 하는 사람,
그리고 보험, 자전거, 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
나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분명히 깨닫는 점이 하나 있다.
같은 분야, 혹은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들의 관점과 사고방식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그것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때때로 너무나 동떨어진 시각에 당황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분명한 사실도, 그들에게는 다르게 보인다.
논리적으로 맞다고 여겼던 것도, 상대의 시각에서는 또 다른 해석이 붙는다.
전문성이 곧 같은 생각을 만든다는 착각은,
결국 대화를 나눌수록 더 크게 깨지게 된다.
특히, 이런 전문가들이 두 명 이상 모이면
대화의 질이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의견이 분명한 만큼,
대화가 깊어지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된다.
대립하지 않기 위해, 혹은 굳이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기 위해
피상적인 이야기만 오가는 경우도 많다.
정말 의미 있는 대화를 하려면,
단순한 지식의 교환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관점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오늘 하루는 유독 피로했다.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는 공감과 거리감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아니, 그래야만 할까?
결국,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나와 그들은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나를 더 편하게 만든다.
내가 모든 대화에서 설득당할 필요도, 설득해야 할 필요도 없다.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것만 흡수하고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만의 자리에서
내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다시금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