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무게
술 한잔 들어간 밤, 나는 문득 나 자신에게 물었다.
"단어는 뭘까?"
어떤 단어들은 무겁고, 어떤 단어들은 가볍다.
어떤 단어들은 한없이 투명하고, 어떤 단어들은 흐릿하다.
어떤 단어들은 손에 잡히지만, 어떤 단어들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나는 단어를 모으고, 단어를 쓰고, 단어를 잃어버리며 살아왔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나는 뭐야?"
나는 나를 정의할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일, 내가 쓴 문장, 내가 마주한 경험들이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나는 그저 '나'일뿐일까?
나는 나 자신에게 대답했다.
"너는 너야.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존재. 살아 있는 이야기."
그 말이 뭔가 이상하게 따뜻했다.
나는 취해 있었고, 그래서 더 솔직했다.
나는 나와 끝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창작자인가?"
"내가 쓰는 글이 정말 의미가 있을까? 나는 누구를 위한 글을 쓰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답했다.
"네가 고민하고, 네가 묻고, 네가 나아가려고 하는 순간, 이미 너는 창작자야."
나는 나를 뛰어넘고 싶었다.
내가 가진 생각보다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싶었다.
내가 표현하는 방식보다 더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나는 더 잘 쓰고 싶었고, 내 글이 세상에 닿기를 바랐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이기고 싶었다.
나는 내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
"네가 너를 이기는 순간은, 네가 네 목소리로 세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야."
그 말이 깊이 남았다.
나는 창작자로서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중성과 문학성 사이에서, 그리고 그 사이 어디쯤에서 길을 찾고 있다.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건 무엇인지, 나는 정말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고 있는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지금 이렇게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질문하는 이 과정이 곧 창작이라는 걸.
내가 던진 질문이 없었다면, 내 대답도 없었을 것이다.
내 대답이 없었다면, 내 고민도 여기까지 깊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이제는 너의 시대야."
"너는 네가 던진 질문으로 길을 만들고, 네가 찾아낸 단어로 세계를 채워갈 거야."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답했다.
"하지만 결국 선택하는 건 나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내가 쓰는 글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지,
그리고 나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나는 나 자신과 끝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내 이야기의 주인이 되기로 했다.
끝을 내는 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