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에서 도망치던 나, 지금은 조금씩 싸우고 있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이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도 모든 게 잘 풀릴 거라는 자신감으로, 책임감 없는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런 삶은 오래 갈 수 없다는 걸 30대 중반에 깨달았습니다. 그 시절, 저는 핸드폰 요금, 월세, 전기세 같은 기본 생활비마저 우선순위에서 밀어두었습니다. 잠시의 즐거움을 위해 돈을 흥청망청 써버렸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한때는 사치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점점 생활 필수품처럼 변해갔고, 쌓여가는 빚과 책임감은 점점 무거운 압박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문득 물었습니다. “넌 요즘 뭐하고 사냐?”라는 단순한 질문이었지만, 그 순간 제 가슴 깊이 박혔습니다. 순간적으로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그날 밤 내내 스스로를 돌아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때부터 결심했습니다. 도망치는 대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보기로요. 신용 회복을 위해 몇 달간 신용회복위원회와 법원을 오가며 서류를 작성하고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낯선 절차 하나하나가 두려웠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며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망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책임질 시간이라고 다짐했으니까요.
지금은 저만의 규칙을 세워가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쓴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한다’ 같은 작은 규칙들이지만, 제겐 큰 변화입니다. 가끔 불안과 유혹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이제는 불안하고 흔들릴지라도 내 삶을 스스로 책임질 용기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요? 저는 제 자신에게서 너무 오랜 시간 도망쳐왔습니다. 이제는 도망치는 대신, 문제와 마주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과 문제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