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건설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각색한 에세이입니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는 청렴하게 일하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대한민국 건설 현장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는 바로 흙더미다. 대규모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현장에 쌓이는 흙은 필수적인 기초 공사의 일부로 보인다. 하지만 이 흙은 공사비 증액의 교묘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공사감독관과 시공업자는 흙의 반출과 운반이라는 작업을 빌미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사비를 부풀리고, 서로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공사 초기 단계에서 흙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초 공사를 위해 땅을 파면, 대량의 흙이 발생하고, 이 흙은 처리해야 할 ‘자원’으로 인식된다. 여기서 공사감독관과 시공업자는 이 흙을 공사비 증액의 기회로 삼는다. 흙을 운반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공사감독관에게 흙 운반이 필수적인 작업이라며 예산 증액을 요청하고, 공사감독관은 그 요청을 승인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얼마나 투명한지는 알 수 없다.
공사 현장에서 흙이 어떻게 반출되고 처리되는지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공사는 대규모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흙을 반출했다고 보고하지만, 실제로 그 흙이 어디로 갔는지, 얼마나 많은 양이 운반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공사감독관은 서류와 사진만으로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확인한다. 하지만 사진 속 장비와 트럭이 실제로 일을 했는지, 흙이 실제로 반출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서류상으로는 모든 것이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실제로는 흙이 현장에서 반출되지 않거나, 처음부터 운반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일 수도 있다. 공사감독관과 시공업자는 이 상황을 이용해 비용을 부풀린다. 예를 들어, 흙을 파고 나서 다시 원상복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서류에 명시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청구한다. 혹은 흙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부풀려 적어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작업에 대한 비용을 승인받기도 한다. 이렇게 추가된 금액은 그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공사감독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시공사의 증액 요청을 검토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아 예산을 승인한다. 하지만 공사감독관은 시공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이러한 허위 작업을 ‘인정’해 준다. 감독관은 공사 서류를 통해 모든 것이 정당하게 처리되었다고 보고하고, 그렇게 증액된 공사비는 실질적인 작업 없이도 시공사의 계좌로 흘러 들어간다.
흙 반출 작업은 특히 이러한 비리를 감추기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흙의 양과 운반 과정은 쉽게 확인할 수 없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시공업자는 트럭 몇 대가 흙을 반출했다는 보고서와 함께 공사감독관에게 증액을 요청하고, 공사감독관은 이를 승인하며 눈감아 준다. 이때, 흙의 양이 정확히 얼마였는지, 그 흙이 정말로 반출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실제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명확히 검증되지 않는다.
시공업자와 공사감독관은 이 작업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공고히 한다. 시공업자는 이렇게 ‘허위 작업’을 빌미로 공사비를 추가로 확보하고, 감독관은 그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그들은 이런 방식으로 서로의 이익을 보장하며, 흙 반출이 끝나고도 흙더미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사 현장에서 흙의 양과 운반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시스템을 이용해, 그들은 공사비를 증액하고, 이를 합법적인 절차인 양 포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