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부 설계업체들은 공공기관과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퇴직한 공무원들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인사들은 흔히 '낙하산 인사'로 불리며, 이들이 영입되는 배경에는 내부 정보와 인맥을 활용해 업체가 입찰 심사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관공서에서 입찰 공고가 나면, 낙하산 인사들은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의 동료나 후배에게 연락하여 공고의 세부 사항과 심사 기준을 파악한다. 이러한 정보는 심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해당 업체가 준비를 할 때 경쟁 업체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도록 도와준다.
낙하산 인사가 수행하는 역할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심사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이 속한 업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심사위원들과의 관계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업체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특정한 내부 네트워크에 의존하여 입찰에서 승리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설계업체들은 이를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닌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설계비가 수십억 원에 달할 수 있어 이러한 입찰의 성공 여부가 회사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낙하산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단순히 내부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낙하산 인사 영입은 공공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특정 업체들이 반복적으로 수주를 따내며 시장을 독점하게 만드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건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공공사업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음 화에서는 낙하산 인사 영입이 대형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 이면의 경제적 논리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