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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감독관의 비밀4

4화: “묵시적 협력”

by 건축학도고니

"이 글은 건설업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각색한 에세이입니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는 청렴하게 일하고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대한민국 건설 현장에서는 공사감독관과 시공업자가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 이상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의 필요를 채우며, 협력에서 점차 공범으로 변해간다. 그들의 관계는 공사 초기부터 심화되며, 그 과정에서 불투명한 공사비 증액과 같은 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투명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에는 서로를 지키기 위한 암묵적인 협력이 자리 잡고 있다.



공사감독관은 시공업자가 낙찰을 받을 때부터 그들의 ‘동맹’을 강화한다. 공사업자는 공사감독관이 설정한 기준에 맞춰 입찰가를 조정하고, 감독관은 그들에게 공사 낙찰의 기회를 준다. 그리고 낙찰 이후, 감독관은 공사비 증액을 승인하면서 시공업자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시공업자와 공사감독관은 서로의 필요를 인식하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한다.



흙의 반출, 자재 운반, 추가 작업 등은 이들이 협력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공사감독관은 시공사가 요청하는 증액 명목을 합법적으로 보이도록 서류를 조작하고, 시공업자는 이 서류를 근거로 공사비를 청구한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정상적인 공사 절차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필요한 작업이나 가짜 작업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이 작성한 서류는 그들의 범죄를 은폐하기에 충분히 정교하다.



이들은 이러한 증액 작업이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사감독관은 공사비 증액을 승인함으로써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강화하고, 시공업자는 추가된 공사비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챙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사감독관은 시공업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받거나, 향후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의 협력을 약속받는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에서 더 깊은 공범 관계로 진화한다.



시공업자는 공사감독관에게 자신이 받은 공사비의 일부를 ‘감사’의 표시로 제공한다. 이는 현금일 수도 있고, 때로는 고급 와인, 레스토랑 식사, 심지어 해외 여행 티켓 같은 형태로도 제공된다. 흔히 말하는 접대이다.

공사감독관은 이러한 ‘감사’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이를 받는다. 그들은 시공업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서로의 이익이 맞물리면서 이들은 점점 더 깊은 관계로 얽히고, 부정한 행동을 지속하게 된다.



공사감독관과 시공업자는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비리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며, 공사 현장을 그들만의 ‘왕국’으로 만들어 간다. 그들은 외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서류를 정밀하게 조작하고, 모든 작업이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도록 꾸민다. 때로는 감독관이 공사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공정의 상태를 점검하는 척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보는 것은 단지 서류와 사진, 그리고 시공업자가 준비한 ‘쇼’일 뿐이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계획된 각본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시공업자들은 공사감독관과의 관계를 통해 더욱 큰 이익을 창출하며, 감독관 또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시공사로부터 이득을 취한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들은 서로를 보호하고, 비리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서류와 사진을 조작하며, 그들의 부정한 행동을 정당화한다. 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은밀한 거래는 건설 산업의 공정성을 훼손하며,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성역’을 형성하게 된다.



결국, 이들은 대한민국 건축 산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주범이 된다. 공사감독관이 시공업자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불법적인 공사비 증액과 금전적 거래를 지속하는 한,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건설 환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부정한 협력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은밀한 거래는 대한민국 건축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낸다. 그들이 진정한 공사 현장의 ‘왕’으로 군림하는 한, 우리는 그들의 불법적인 행위와 그로 인한 피해를 직시해야 한다. 그들의 ‘협력’이 아닌, 공정하고 투명한 건축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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