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홍위원장의 선택
낡은 베란다, 바랜 외벽, 하나둘씩 깨진 타일들.
겉보기에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이곳, 하지만 홍위원장의 눈빛은 달랐다.
그는 연예인 출신이다.
한때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주목받던 남자.
지금도 가끔 방송에 얼굴을 비추지만, 그의 본업은 따로 있다.
그는 촬영이 없는 날이면 부모님이 운영하는 도시정비업체에서 일했다.
처음엔 단순한 ‘가업 돕기’ 정도로 생각했지만, 일하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부동산 시장, 재건축 사업, 정비사업의 흐름…
이 모든 것이 연예계보다 훨씬 흥미롭고 짜릿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목동아파트.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입지와 학군을 갖춘 단지.
그곳에서 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까지 맡았다.
목동의 재건축 사업은 이미 거대한 흐름을 타고 있었다.
그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주민들을 설득했고, 추진위 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목동이 재건축되면, 이건 그냥 강남급 단지가 된다니까요.”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주변 신축 아파트들의 가격은 치솟았고,
목동은 다음 타자로 확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인 한 방을 놓쳤다.
조합 설립 후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패배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표 차이로 밀려났다.
결과적으로, 그는 조합을 움직일 힘을 잃었다.
그가 계획했던 것들은 더 이상 실행되지 않았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재건축 사업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판을 주도하는 싸움’이라는 걸.
힘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어도 물거품이 된다는 걸.
그리고 그는 새로운 판을 짜기로 결심했다.
목동에서의 실패 후, 그는 고민했다.
‘다시 도전할 곳은 어디일까?’
그가 선택한 곳은 서울 도심의 낡은 아파트 단지.
겉보기엔 허름하지만, 이곳이야말로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
✅ 입지 좋고
✅ 용적률 높고
✅ 주변은 전부 재개발 추진 중
목동과는 다르게, 여기서는 처음부터 판을 짤 수 있었다.
이곳의 재건축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가 주민으로 들어가, 추진위부터 조합까지 주도할 수 있는 위치를 잡는다면?
이번엔 절대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홍위원장은 천천히 아파트 단지를 걸었다.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낡은 놀이터, 허름한 상가, 관리가 되지 않은 공용 공간들.
이곳은 이제 곧 재건축이 필요할 만큼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동네가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움직이면 가장 좋은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이번엔 조용히 준비할 것이다.
추진위 구성부터, 조합 설립, 그리고 조합장 자리까지.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