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재건축 추진위원장(홍위원장 편)

4화 : 재건축 첫 모임의 서막

by 건축학도고니

비 내리는 이디야 커피숍, 재건축 첫 모임의 서막




낡은 아파트 단지 입구 1층, 이디야 커피숍.
창밖으론 봄비가 쉼 없이 내리고 있었다.
고여버린 빗물 속에 단지의 낡은 타일 외벽과 빗물에 젖은 오래된 미끄럼틀이 흐릿하게 비쳐 보였다.




홍위원장은 창가 구석자리에 앉아 커피잔을 감싸 쥔 채 묵묵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동네… 곧 변할 운명이야. 근데 그걸 지금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곧 이 자리에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아파트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누가 이 판을 주도할지 가늠하게 될 첫 만남.













그렇게 이디야 커피숍에서 모두를 기다린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공인중개사 강소장



"위원장님, 오래 기다리셨죠?"

들어서자마자 특유의 웃음으로 인사하는 강소장.


우산에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까지도 이 순간을 재촉하는 듯했다.

"괜히 오늘 같은 날 비가 오네요."

홍위원장은 미소로 맞으며 자리를 권했다.



"날씨도 딱 재건축 이야기하기 좋은 날씨죠."

강소장은 커피잔을 받아들고 잠시 주변을 살폈다.
커피숍 안은 조용했다.


이 작은 공간이 곧 아파트의 운명을 논하는
첫 전장이 될 거란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위원장님, 요즘 이 동네 분위기… 솔직히 심상치 않아요."



홍위원장이 고개를 들었다.

"거래 끊겼어요?"



강소장은 작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거래는 끊긴 게 아니라…
지금 물 밑에서 불붙을 준비 중인 느낌이에요."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최근 거래 데이터를 보여줬다.



"보세요. 평소 같으면 이렇게 조용하면 정말 매수 매도 다 끊겨야 하거든요. 근데 지금은 다들 조용히 움직이고 있어요. 특히 30평대 이상은 눈에 띄게 문의 들어와요."



홍위원장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봤다.

"왜요? 요즘 분위기 별로잖아요."



강소장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거… 이번 정부에서 조정지역 추가로 묶고, 임대차 3법 다시 손본다는 얘기 나오잖아요. 시장엔 그게 신호로 먹히고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낮고 진중해졌다.

"이 동네도… 그거 딱 듣고 움직이기 시작한 거죠.

‘이제 곧 조정 들어오겠구나.’ ‘재건축 대상지 미리 들어가야겠다.’

"다들 머릿속 계산 돌리고 있어요."



그 말에 홍위원장도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라는 거네요."



"맞아요. 지금이 딱 그런 순간입니다."

강소장은 탁자 위 커피잔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이번 정부가 임대차 3법 건드리면 전월세 물량은 줄어들고, 집주인들 매물 묶이죠. 그럼 돈 가진 사람들 어디로 가겠어요? 재건축, 재개발로 들어오는 거죠."



홍위원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우리가 빨리 판을 짜야 한다는 거군요."



"네.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추진하는 쪽이 ‘제대로 된 그림’ 먼저 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나중엔 외부에서 정비업체든 투자자든 몰려와서 우리가 쫓겨나는 꼴 납니다."















두 번째로 도착한 송사장 - 미래를 읽고 들어온 투자자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낯선 얼굴이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송사장입니다."

"일전에 카카오톡과 전화로 한번 인사했죠?"


홍위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여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저는 보고 들어온 사람입니다."

송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커피를 내려다보며 말을 꺼냈다.



"이 동네… 딱 보자마자 느낌 왔어요. 지금은 조용하지만, 이거 움직이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폭등합니다."

"그렇게 보십니까?"

"네. 저 이런 거만 보고 살아온 사람입니다. 여기 진짜… 터가 좋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너무 오래 살아서
이걸 몰라요. 익숙해진 거죠."



송사장은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서울 안에서 이만한 대지지분과 대지가격인 물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조대표 - 아파트의 산증인





마지막으로 들어선 사람은 조대표였다.

"30년 살면서 이런 자리에 나오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의 얼굴엔 담담함과 함께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애들 이 아파트에서 다 키웠고… 놀이터에서 뛰놀던 애들이 벌써 다 장가, 시집갔네요."

그는 잠시 웃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솔직히 말해요. 아파트가 아니라 내가 버틴 거죠, 여태."



홍위원장이 말했다.

"이젠 바꿔야죠. 그걸 위해 오늘 우리가 모인 거니까요."



조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근데… 우리끼리만 잘해선 안 돼요. 이 동네, 노인회랑 부녀회가 건재합니다."

















서울 상위 5대 정비업체의 움직임




미팅을 시작하려던 참에, 홍위원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고 돌아온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서울 상위 5대 정비업체 중 한 곳에서 연락 왔습니다."

"뭐라고요?"

"우리 아파트 재건축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순간 커피숍 안이 조용해졌다.



"이거… 우리보다 한 수 앞서 움직이고 있단 얘기네요." 송사장이 중얼거렸다.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도 이젠 물러설 곳 없습니다."


















강소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위원장님…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뭡니까?"

"노인회 쪽, 부녀회 쪽…

카톡방을 보더니 벌써 움직이고 있어요. ‘왜 괜히 재건축 바람 넣냐’,

‘이대로 살자’ 이런 말 돌더라고요."



조대표가 한숨을 쉬었다.

"예상했지. 그분들, 여기서 평생 살 생각인데, 재건축하면 거처 옮겨야 하고… 돈 들어가는 것도 겁나는 거지."



강소장은 말을 이었다.

"부녀회는 자기네 커뮤니티가 무너질까봐 걱정하고요. 김장, 바자회, 그런 행사 다 망가질까봐."



홍위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 싸움은 돈이 아니라 사람 마음부터 설득해야겠네요."

조대표가 결심하듯 말했다.

"맞습니다. 그분들 마음 돌리지 못하면, 이 판은 깨집니다."
















비는 여전히 창밖을 때리고 있었다.

"좋습니다. 다음 주 바로 노인회, 부녀회 먼저 만납시다."

홍위원장이 힘주어 말했다.

"이 아파트… 단순히 새 아파트 짓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로 쓰는 거니까요."



네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이날, 비 내리는 이디야 커피숍에서
서울 한복판 낡은 아파트의 미래가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시작입니다."



"그래요. 부녀회와 노인회의 연락처를 관리사무소에 요청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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