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읽다.

by Re나


산뜻한 지혜의 꽃을 선사한, 다시 만난 하루키 <스푸트니크의 연인>


“음, 여름날 오후 냉장고 안에 있는 오이를 생각하는 것도 좋겠지, 물론 예를 드는 것뿐이지만.”


내게 강하게 각인된 이 한 문장, 그리고 이 소설은 입체적이고도 생생하게 나를 깨워주었다.


’ 스푸트니크‘ 이 단어가 왜 이리도 입에 붙지 않는지, 책을 한참 읽다 말고, ”스푸트니크, 스푸트니크, 스푸트니크~~~~~~“ 발음 교정 연습을 하듯 한참을 중얼거렸더니 겨우 입에서 부드럽게 소리가 난다.

’스푸트니크‘ 지구 최초의 무인 인공위성이란다. 하루키의 소설에서는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 끝없는 우주의 어둠 속에서 외톨이로 지구를 맴도는 금속덩어리 인공위성‘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각각 어떤 특별한 연령대밖에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사건이 존재한다. 그것은 아주 작은 불꽃같은 것이다. 주의 깊고 운 좋은 사람은 그것을 소중하게 보관하고 커다란 횃불로 키워내 생을 밝히며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잃어버리면 그 불꽃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


하루키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상실과 단절의 감성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단언하지만 그 고독과 외로움이 어떻게 사랑과 회복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희망의 끈도 놓지 않았다. 내가 지금 무엇으로부터 소외되었으며 무엇으로부터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나도 예외가 아니다.


”능숙하다든가, 서투르다든가, 재주가 있다든가, 없다든가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깊이 배려해 준다…………. 그게 가장 중요하죠. 마음을 안정시키고 여러 가지 상황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것. “


자기 자신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내게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혹은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더라도 그냥 의미 없이 흘려버리고 교묘하게 외면해 버리고 만다. 결코 자신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시간, 나를 향한 인고의 시간은 상실과 단절과 고독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시 새로운 내가 되고 사랑과 회복으로 이어지는 단단하고 향기로운 꽃이 될 수 있다.


뜨거운 여름날 오후 냉장고 안에 있는 오이를 생각하듯 내게 일어나는 불꽃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면~~


#하루키소설 #상실과치유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