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바스티스 앙드레아, 『그녀를 지키다』를 읽고

by Re나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 단 한 권만 선택하라고 하면 망설이지 않고 이 소설을 선택할 것이다.


『그녀를 지키다』를 덮고 난 뒤에도 한동안 마음이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 “지킨다”는 말은 보호나 헌신처럼 가벼운 미덕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에게 묻고 끝내 그 질문을 떠안는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장바스티스 앙드레아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관계를 그리면서도 위로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묻는다. 우리는 과연 타인을 지킨다는 이름으로 무엇을 감내하고, 무엇을 포기하며, 무엇을 끝내 잃게 되는지. 이 소설에서 사랑은 확장되는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점점 더 좁은 선택지로 이끄는 힘처럼 작동한다.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결심은 동시에 수많은 가능성을 내려놓는 결정이 되고, 그 결정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사랑은 삶을 풍요롭게 하기보다, 삶의 무게를 분명하게 만든다. 앙드레아는 이 무게를 미화하지 않는다. 그는 사랑이 인간을 얼마나 고독한 자리로 밀어 넣을 수 있는지, 그 고독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는지를 끝까지 응시한다.


『그녀를 지키다』에서 인물들은 자주 침묵한다. 말하지 않음은 회피가 아니라, 말로는 감당할 수 없는 선택 앞에 서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침묵이 이 소설의 가장 철학적인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언제나 설명을 요구하지만, 선택은 설명되지 않은 채로도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킨다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남는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지킨다”는 말이 결국 관계에 대한 태도 이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윤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인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오래 자신을 유보할 수 있는가, 혹은 어디까지 자신을 소진할 수 있는가. 앙드레아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이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서서히 굽히고, 방향을 바꾸며, 결국 한 형태로 고정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소설이 희생을 숭고한 것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선택은 언제나 상처를 동반하고, 그 상처는 쉽게 보상받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은 돌아서지 않는다. 그것은 의무라기보다, 이미 자신이 어떤 인간이 되어버렸는지에 대한 자각에 가깝다. 한 번 선택한 사랑은 되돌릴 수 없고, 그 선택이 곧 자기 자신이 된다.


『그녀를 지키다』를 읽고 난 뒤, 나는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은 나를 확장시키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형태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기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무엇을 지킬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어떤 인간으로 살아가겠는가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남긴다. 지킨다는 것은 상대를 붙잡는 일이 아니라, 그 선택을 한 자신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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