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준이가 어릴 땐 내가 미용실을 하고 있어서 늘 직접 머리를 잘라주곤 했다.
펌도 해주고 이것저것 아들도 딸 못지않게 예쁘게 가꿔주는 재미가 있었다.
둘째를 낳고 일을 그만둔 나는 그 뒤로 영준이 머리를 해줄 기회가 없었다.
그리고 중고등학생이 되어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한 뒤로는 서로 미워하느라 바빠서 머리를 해줄 여유가 없었다. 그러던 영준이가 어느덧 슬슬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고1이 되고 어느 주말.
퇴근 후 집에 갔더니 기숙사에서 퇴실해 집에 온 아이 머리가 고불고불 펌이 되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앞에서 웃고 말았다. 본인도 멋쩍었는지 손으로 머리를흐트러 트리며
-8만 원 주고 펌 했는데 망한 거 같아요.
-어디서 했는데? 무슨 펌이야 그게?
-ㅇㅇ헤어샾에서 예약하고 한 거예요. 이상하죠.
-아니, 그냥저냥 괜찮네.
속으로 돈지랄했네 했어. 생각했지만 어쩌랴.
이은정 너는 해주기 싫은 거 아니야? 생각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번이고 영준이의 변해가는 헤어스타일과 옷스타일을 보며 분명 멋을 부리기 시작했는데 뭔가 엉성해 보였다. 눈에 슬슬 거슬리기 시작했다.
멋을 부려서 거슬리는게 아니라 엉성해서 였다…
멋이 멋있지가 않았다.
마침 영준이 피어싱 사건을 계기로
-너 양아치냐?
하고 말했던 한마디에 빵 터져 우리 사이가 냉기에서 온기로 살짝 바뀌어가려던 분위기를 타고 영준이가
조심스레 묻는다.
-엄마네 미용실로 머리 하러 가도 돼요?
-멀지 않니? 오려면 오든가.
-멀어도 엄마한테 가려고요.
맨날 머리 망하는 거 같아요.비싸기만 하고
-무슨 머리 하고 싶은지 대충 사진 찾아서 와.
-네.
정말 오랜만이다. 아들의 머리를 만져보는 게.
어색하기도 설레기도 한 그날.
영준이가 미용실에 찾아왔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은 우리가 재혼가정인 사실을 몰라 최대한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맞이했다.
그간 서로 물고 뜯고 했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안나는거 처럼….
-이쪽으로 앉아. 찾아오는데 안 힘들었어?
-네 금방 왔어요.
-어머 실장님 큰아들이에요? 너무 잘생겼다.
듬직하겠어요~~
-네 듬직해요 -
같이 일하는 선생님도 반갑게 맞아 주셨고 우리는 정말오랜만에 가까이서 서로의 얼굴을 거울로 마주 보고 있었다. 가위질을 하는데 영준이 어깨가 들썩인다.
-엄마 저 아직도 그래요.
-너 아직도 그러니? 그래도 이제 잘 참네.
영준이는 간지럼을 잘 타서 어릴 때 머리를 깎아주면
늘 간지럽다고 웃느라 머리를 깍는데 한참 걸렸다.
그때는 가만있어라 왜 못 참냐. 참 혼도 많이 내곤 했는데 오랜만에 다 큰 영준이가 여전히 간지럼 타는 모습을 보니 그때 혼만 내던 내가 미안해졌다.
아무튼 영준이가 찾아온 사진을 바탕으로 커트와 펌을 해줬다.
-어때?
-완전 맘에 들어요! 진짜 최고예요. 제가 원한 거예요
엄마 나중에 친구도 데려와도 돼요?
-친구? 데려와도 되는데 친구들이 이런데 올까?
비싼데 좋은 데 가려고 하겠지 안 창피해?
-비싼데 가면 뭐해요 엄마가 머리를 잘하는데
데려와도 되면 같이 올께요.
아들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도 그동안 아들 머리가 눈에 거슬렸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내심 기분이 좋았다.
-엄마 기다리기 힘들면 먼저 집에가도돼.
-아니에요 엄마 기다렸다가 같이 갈게요.
그렇게 우리는 머리 하나로 아주 오랜만에 다정한 모자사이가 되었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 오랜만에 대화를 이어갔다.
-영준 요새 여자친구 있어?
-아니요 최근에 헤어졌어요.
-진짜? 얼마나 사귀었는데?
-두 달이요.
-뭐? 두 달? 하하하하하 야! 그건 사귄 게 아니라 썸탄 거야.
-그런 거예요?
-또 사귄 적 없어?
-한 달 사귀어본 적 있어요.
-야! 너 누가 여자 친구 사귀어봤냐고 물어보면 앞으로 없다고 그래. 썸만 타봤다고 그래 한 달 두 달을 뭔 사귀었다고 하냐
-네…
집에 돌아와서 남편과 둘이 있을 때
-영준이 여자 친구 사귀어봤데 알고 있었어?
-아니? 진짜?
-응 당신한테 말 안 했어?
-나한테 무슨 말을 해 묻는 말에도 싸가지 없이
틱틱거리기만 하는데 나쁜 새끼.
-하하하하
-당신한텐 여자 친구얘기도 해?
-응 별얘기 다하던데?
-췌, 그렇게 으르렁 거릴 땐 언제고 지엄마랑은 별얘기 다하네. 내가 맨날 지편 드느라 중간에서 개고생 다했는데. 써 글놈
그렇게 영준이와 나는 서로의 격렬한 사춘기를 지나
엉킨 실뭉치를 하나씩 풀어가는 중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아이는 어느새 듬직한 아들이
되어 내 곁을 지킨다.
-엄마 친구들이 머리 어디서 했냐고 소개 시켜달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