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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정 Nov 19. 2024

2017년 내게 찾아온 나와 다른 세상 사람들


2017년 내게 찾아온 나와 다른 세상 사람들



나에게도 봄날은 왔다.



둘째를 낳고 초반에는 내가 이러려고 그렇게 고생해서 아이를 낳았나 하는 생각으로 후회가 될 만큼 독박육아가 시작 됐다.



둘째는 12월 1일에 태어났고 석 달 뒤 3월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을 했다. 우리는 시어머니도 친정엄마도 도와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그저 남편과 둘이 모든 것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왜 그랬는지 남편이 일을 하니 육아는 전부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리원에서부터 유난히 잠을 자지 않아 다른 아기들과 분리되어 혼자 독방 생활하던 둘째는 집에 와서도 나에게 잠시도 틈을 주지 않았다.



밤잠을 새벽 5시쯤 자서 두 시간 자고 또 칭얼대다 안겨서 쪼끔씩 낮잠을 자고 모유수유가 안 돼서 분유를 먹였는데 이유식 할 때까지 분유를 먹기만 하면 분수토를 해서 하루에 빨래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 와중에 첫째 입학준비 해야지 아침 7시에 출근하는 남편의 아침밥 차려야지 낮에는 집안 살림 해야지 둘째가 태어나면 모든 게 내가 그린 그림 데로 척척 뭔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내 앞에는 첩첩산중이란 말이 먼저 와닿았다.



그렇게 조리원 2주 생활도 애가 운다 애가 안 잔다 울어서 다른 애들까지 깬다 갖가지 전화 콜로 조리원은 천국이란 말이 무색하게 달달 시달리다 집으로 왔고 더 큰 전쟁의 연속이었다.



나는 또 남편에게 아침에 출근해야 하니 편히 자라고 각방을 쓰자 했다. 그런데 이 눈치코치 없는 무심한 남자는 나한테 새벽밥을 얻어먹고 퇴근해서 내게 잠깐이라도 쉬라는 말도 없이 시간 되면 지 방에 들어가 쿨쿨 잘도 자는 거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사랑한다며 너와 나를 닮은 아이를 낳자며 그 개고생을 했나 싶은 게 밤이면 밤마다 현타가 왔다.



그래도 그 삶마저 내가 살아온 날보다 평범함에 감사했고 현타보다는 행복이 더 많았다.



나는 결혼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도 낳고

출산의 고통과 신생아 육아 단 한 번에 아들 둘이 생겼고 내 과거를 잊고 살 수 있는 동네에서 내가 살아온 날들을 모르는 애기 엄마들을 친구 삼아 꿈에 그리던 아늑하고 따뜻한 집에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평범하고 평범한 삶을 살게 되면서 길고 긴 추운 겨울을 지나 인생의 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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